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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Nov 15. 2016

스물 여섯번째 잔 - 생각 끄적이기

이 땅에서 말하는 여성스러움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 2016년도 가고 있다. :)

사실 난 엄청나게 소심하고 여리고 상처도 잘 받는 초식녀였다. 생각도 많고 의미부여도 심하고 경계도 순간 순간 하는.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약한 모습이 어쩌면 나를 편견에 휘둘리게 만들지 않을까. 왜 내가 이렇게 약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결국 내가 다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약하면 '여우', '그럼 그렇지', '약한 척 하네.' 같은 말들만 들렸으니까. 그래서 그냥 강한척 털털해지고 호탕해져야했다.

이 땅에서 말하는 여성스러움. 그렇다면 적어도 난 조금은 덜 여성스러워지고 싶다. 삼삼오오 모여서 누구 누구와 연락을 하고 있는지, 어떤 누가 내게 꽃을 주는지, 사랑을 주는지만 떠들지 않는다. 그냥 겉모습도 속모습도 내게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을뿐. 그리고 본인의 방향성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을뿐.

누구나 꿈을 이야기하는 순간도 있고 나이 들어가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 취업에 대한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것보다 해주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 어두운 나라에 대한 이야기,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 어제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 내가 가고 있는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 드라마에 나온 연예인 이야기. 이것 저것 많은 대화를 한다. 결코 누군가에게 받는 관심,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욕심, 타인에게 잘보이기위해 짓는 웃음과 잘나보이기 위해 하는 치장. 그것만으로 하루를 채우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 각자의 스토리가 있는 인생을 살 수 있기를. 결코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리워져 어떤 선택을 하기도 전에 끌려가는 사람이 되지 말 것. 더디가는 것 같더라도 스스로를 믿고 갈 것. 받는 것에 대한 기대보다 해주고 싶은 넉넉함에 투자할 것. 의미부여 없이, 내가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먼저 존중할 것. 시선의식에 불필요한 예의를 차리지는 말 것.

모두가 기억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 든 생각!.!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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