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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Nov 29. 2016

스물 아홉번째 잔 - 국화꽃향기와 육개장냄새 사이

다들 안녕히 잠들기를.


떵떵 거리며 잘 살고 잘 먹고가 가끔은 왜이리도 공허한 사치같은지. 차를 굴리고 집을 얻고가 절대로 전부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가치 있는 것에 나에게 있는 것들을 바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있어서 가치있는 건 사람일까 돈일까 지식일까 나일까. 여러번의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고도 또 매번 돌아와 고민하는 이 답도 없는 질문들이 언제나 우리를 울적하게, 그리고 성장하게 만든다.


누군가가 우리 곁을 떠나가도 우린 배고픔에 밥을 먹고 끝도 없이 울 것 같아도 지친 나머지 잠도 든다. 누군가의 소천을 발판삼아 우린 이 땅을 또 살아가고 몇 번의 숨을 더 쉰다. 국화꽃 향기와 육개장의 기름진 냄새가 뒤섞이는 한 공간에서 나는 아직 기름진 사람이라 다행이다싶은 안도감만을 느끼지는 않기를. 그들보다 하루 더 사는 것만큼 그들을 위해 하루만큼은 더 가치있게 살아주기를. 그렇게 우리는 떠난사람과 무언의 의미있는 약속을 하고 살아가는 것임을 문득 잊지 않아주기를.


왜 항상 깨달음은 한 발 늦고 변화는 몇 발 더 늦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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