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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Dec 09. 2016

서른 세 번째 잔 - 촛불이 태운 사람

-촛불-
  
초 하나에 노동자의 열정이 있었고
초 하나에 학생의 내일이 있었다
초 하나에 사라진 7시간이 녹고
초 하나에 등돌린 재벌이 녹는다
  
초가 밝혀온 지나간 시간
잠들어도 잠들지 않는
연대의 손끝
  
나를 밝히고 너를 밝히고 우리를 밝히던
200만의 초 하나가 한 명의 존재를
태웠다
  
어쩌면 방화의 주인은
초가 아닌
나와 너의 뜨거움과
우리의 손끝이었을까
  
검게 그을린 그녀의 얼굴이
유난히도 우스워지는 오늘
  
녹지 않는 촛농에
발 한 번 녹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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