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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Dec 12. 2016

서른 세 번째 잔 - 40대의 법칙

편혜영작가의 The hole을 읽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편혜영작가의 홀 이란 작품이다. 사실 이 책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진 모르겠다. 그냥 나와는 아주 먼 나잇대의 인물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언젠가 아니, 곧 오게 될 나이였다.


40대의 법칙.


'오기가 생각하기에 죄와 잘 어울린다는 것만큼 사십대를 제대로 정의 내리는 것은 없었다. 사십대야말로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였다. 그 조건이란 두 가지였다. 너무 많이 가졌거나 가진 게 아예 없거나. (...) 그러므로 사십대는 이전까지의 삶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기였다. 또한 이후의 삶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영영 속물로 살지, 잉여로 남을지'


얼마 전 참석했던 한 모임에서 연배가 있으신 분이 말씀하셨다. "40줄에 들어서면 동창회를 나오는 사람이 있고 안나오는 사람이 있고 못 나오는 사람이 있다"고. 우리나라에서 '동창회'란 단순히 유년시절 친구들과 조우하는 동문회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분을 통해 새삼 이해하게됐다. 막연하게 알고야 있었지만 실상을 들은 느낌이랄까. 삼삼오오모여 과거 있었던 일을 그랬지 저랬지 하는 추억돋는 수다의 장이 아니라는 걸. 누가 무엇을 걸쳤는지, 어떤 누구는 집이 어딘지, 여기 올 때 어떤 차를 끌고 왔고 지금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 화두거리라고.


이번에 홀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의 40대 모습은 어떨까? 내가 만들어가면 내가 만든 모습대로 다치지 않고 있어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모습은 무엇일까?


돈과 사회적인 성공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것들은 노력의 결과이기도 할테니까. 그럼에도 결론은 생각과 신념이었다. 난 생각이 신념을 만든다고 확신하고 신념은 사람을 만든다고 믿는다. 사실 40까지 안 가더라도 계속 자신이 원하는 생각을 품고살다보면 그 모습에서 결코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여러가지가 담겨야한다. 사람과세상에 대한 이해, 사람에 대한 인정, 사람과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것들을 자꾸 쓰고 종이에 담는 일. 이게 내가 만들고 싶은 내 모습이다. 그렇게 앞으로 올 내 성공을 정의하고싶다.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더 키우길, 나를 더 낮추고 부끄러운 것과 대면하는 용기를 더 갖추길. 나의 성공적인 40대는 그렇게 안녕하며 고요히 있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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