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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Mar 22. 2017

세 곡 - YOU(=I)

볼빨간 사춘기의 사랑


볼빨간 사춘기 - <YOU(=I)>


[바보야 오늘은 안된다고 말하지마
오늘만큼은 내게도 꼭 기회를 줘
사랑스럽게 웃는 것도

예쁘게 말하는 것도 많이 연습했어
보고 싶어도 참으라고 하지마]


 사랑스럽게 웃는 것도, 예쁘게 말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노력을 해서라도 가능해지는 것. 사랑은 결국 나를 가장 예쁘게 만드는 작용일지도 모른다. 남자든 여자든 사랑을 하면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사실 주인공이 된 느낌을 가지려고 사랑을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먼저인지, 특별함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사랑은 갖다 주는 것이 큰 것만큼 요구하는 것도 많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호사도 요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모를 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순수한 감정 나눔과 대화만으로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로 시작했다 해도 관계가 무르익다보면 여러 가지 보이는 것들이 생긴다. 사랑의 마음이 클 땐 눈을 가리고 서로만 바라보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드라마를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할 땐 다시금 부리나케 현실에 적응을 해야만 한다.
 볼빨간 사춘기는 현실 속에서 사춘기에 머무른 곡들을 쓴다. 그들의 감성이 계속해서 우리를 드라마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예쁘게 보이려던 미소도, 자존심 싸움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비웃음으로 바뀔 때도 있고 사랑스럽게 보이려던 칭찬도,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건네는 훈수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의 노래는 그럼에도 드라마를 유지시킨다.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에 그들만의 색깔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춘기 시절 감성을 잊지 않고 계속 상기시켜주는 순수함.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함이 아닌 사랑을 많이 해봤음에도 처음 해보는 것처럼 늘 상기돼있는 느낌을 준다. 사랑에 가치를 높게 두고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감정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랑에 두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의 향기. 그 향기의 색깔. 그것이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에 있다.
 요즘은 자주 고민한다. 하나 둘 씩 해야 할 것들이 생기면서 난 내 인생의 가치를 어디다가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그 답은 아직도 찾을 수 없지만 난 조금씩, 돌아오는 실망감이 적은 것에 투자하고 싶다. 내가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것. 요구하는 것에 비해 갖다 주는 것이 많은 것에 집중하고 싶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YOU(=I)와 같은 곡을 들을 때면 그건 아마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믿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갈 때면 아마 조금 더 사랑을 믿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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