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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자 Mar 31. 2017

열두 곡 - bye bye my blue

백예린의 목소리

백예린 – bye bye my blue

[난 왜 네가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걸까

감당하지도 못할 것들을 손에 꼭 쥐고서

여기서 무얼 얼만큼 더 나아지고픈 걸까

너도 똑같은 거 다 아는데

내가 이기적인 걸까]

 백예린의 목소리는 참 좋다. 연약하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차갑지도 않다. 그냥 조금 따뜻하고 조금 위로가 되며 조금 슬프다. 목소리에 눈물방울이 매달려있는 느낌이랄까. <bye bye my blue>도 역시 그녀의 노래다웠다. 처음 가사를 봤을 땐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내용같았는데 사실은 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사랑하니까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부러운 것이고 닮고 싶은 것이고 가지고 싶은 것이다. 가사처럼 [감당하지도 못할 것들을 손에 꼭 쥐고서] 이기적이더라도 상대를 알고 싶은 그녀의 욕심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만큼 공감이 갔던 덕분일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불안해서 너를 밀어내고서 불편하게 만들어/듣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은데도 바라지를 못하고 마음 아프게 기다려] 하고 싶은 말을 불안해서 하지 못 하는 심정. 그 불안함이 떠올랐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자신 없었던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지 못하고 듣고 싶은 말이 들리기만을 기다리는 침묵이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말을 듣고 싶었을 침묵이.
 사랑을 들여다보면 이기는 사람이 있고 지는 사람이 있다. 이기고 지는 자존심 싸움 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바라보는 것은 자기계발서에나 나올만한 동화같은 이론일까. 너를 밀어내는, 사랑함에도 불편하게 만드는 내가 언제쯤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을까.
 관계 앞에서 우린 항상 흔들린다. 바라는 마음이 생길수록 상대는 그만큼 원망스럽다. 사랑 앞에서도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 건 자신감일까. 아니면 상대를 덜 사랑하려는 몸부림일까. 어떤 것이 더 사랑스러울지 항상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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