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파티, 그런데 이제 비건 친구를 곁들인 1

비건 친구 생활백서 EP 2: 비건친구랑 할로윈 파티

by 채루에 Ruhe

이사를 도와주고 응원해 준 친구들에게 계속 말했다. 곧 초대한다고, 기다리라고. 한국에 다녀온 뒤로 마음의 준비도 되고, 집도 나름 사람들에게 보여줄 모양새를 갖추었다. (내 기준은 그리 높지 않다.) 가까운 친구들이 몇 차례 와서 밥을 먹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진짜 초대를 해야겠긴 했고, 마음을 먹으니 나도 괜스레 들떴다. 홈파티를 더 재밌게 만드는 건 컨셉이라는 주의이기에, 간편히 할로윈을 택했다. 할로윈 파티를 주최하곤 했던 가까운 친구가 다른 도시로 이사 가서 아쉬운 마음도 한 몫했다.


홈파티 준비의 시작

홈파티를 열기로 마음먹으면 일단 내가 대개 하는 준비는 이렇다.


1. 컨셉의 유무를 정한다.
2. 초대리스트를 짠다.
3. 시간에 따라 식사 여부와 메뉴를 정한다.
4. 그에 맞게 초대 메시지를 짜고 (예를 들어 음식은 내가 준비할 테니 음료와 간단한 간식 정도 가져와 주면 좋겠다, 저녁식사 하고 보자 등)
5. 왓츠앱 단톡방을 만들어 초대한다. 마치 아래 사진처럼.
사실 미리 대강 스케줄들을 물어봐놓은 친구들에게 보낸 거지만, 신나서 이모지도 잔뜩 넣은 정식 초대메시지를 보냈다.


할로윈으로 날과 컨셉을 정하고서는 이사 후 첫 홈파티라 마음의 준비가 조금 더 필요한 관계로 포틀럭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런 포틀럭엔 종종 여럿이 음료를 가져와 음식이 부족한 경우가 있기에 주최자가 적당히 안전빵으로 음식을 만들곤 한다. 당연히 가까이 살고 여러모로 나를 돕고 응원해 준 비나도 함께 초대했다. 그러므로, 비건 음식도 함께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포틀럭 (Potluck) 파티: 모두가 조금씩 음식이나 음료를 가지고 모여 다 같이 나누어 먹는 문화

다만, 컨셉에 진심인 나는 할로윈 컨셉의 음식을 포기할 수 있었기에 잘 알려진 할로윈 파티 음식들 중 비건인 것, 혹은 비건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봤다.


비건 할로윈 파티 음식

"비건 할로윈 파티 음식"이라 검색하면 수만 가지의 레시피가 나온다. 썸네일에서도 보이겠지만 아쉽게도 절반 이상은 디저트류 베이킹이다.

온라인에 소개된 레시피는 엄청나게 많았지만 일단 대부분이 베이킹 중심의 디저트 들이었다. 초대 시간이 저녁인 만큼, 식사가 될 만한 것들을 좀 더 넣고 싶었고, 그 와중에 비주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중 내가 혼자 집에서 여러 개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현실적으로 할만한 것들을 추렸다. 고양이들 때문에 라스트 미닛 청소와 데코도 필수적이라, 시간을 잘 배분할 수 있는 것들로 골랐다.


잭 오 랜턴 과카몰리 & 칩스 (비건)

비건 손가락 쿠키

비건 해골피자

(비건은 아니지만) 미라 소시지롤

스푸키 펀치

후무스와 눈알젤리(구매)


사실 비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비건이 아니지만, 삔새와 삔새 남자친구도 그즈음부터 주기적인 채식을 시작했던 지라, 비건식 위주로 준비하는 것이 크게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고기가 하나도 없으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결국엔 한국인 호스트였던지라 간단히 미라 소시지를 추가했다. 다행히 독일에서는 최근 비건/채식을 기본으로 하는 카페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꽤 많은 카페들이 더 이상 일반 우유로 라떼를 만들지 않고 Hafermilch(귀리우유; Oat milk)를 기본 라떼로 사용한다. 아무래도 재료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식물성 우유의 소비가 많아진 게 아니라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을 것일 테고 거기에 더해 일반 우유만 마시는 사람보다는 식물성 우유만 마시는 사람이 많다. 다시 말해, 포용할 수 있는 소비주체가 더 넓은 쪽을 일반화하는 게 보편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나도, 비건식을 메인으로 준비한다 해도, 그 음식은 사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일 뿐 비건이 아닌 친구들을 불편하게 할 음식은 아니라는 점에서 마음이 편했다.


레시피를 정한 게 이렇게 두 문단으로 요약하니 굉장히 짧은 것 같지만, 어떤 메뉴를 할지 고르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온라인에서 보이는 재료들 중엔 비건이 아닌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고, 영어로 검색을 하다 보니 미국 중심의 재료들이나 단위들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나처럼 비건 친구가 생겼는데 할로윈 음식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내 뿌듯한 고민과 고뇌의 결과를 공유하고 싶었다.


잭 오 랜턴 과카몰리 & 칩스


사실 이건 특별한 비건 요리는 아니다. 과카몰리는 원래도 비건 재료들로만 구성된 요리니까. 근데 이제 거기에 할로윈 감성을 한 숟가락 얹어 잭 오 랜턴이랑 같이 데코레이션을 해준 게 다이다. 이건 사실 올해 친구가 호스팅 한 Pumpkin Carving Evening(펌킨 카빙 저녁)에서 시작되었는데, 다들 호박을 하나씩 사 온 다음에 10월 초부터 슬슬 집 앞에 내놓은 잭 오 랜턴을 만들고, 저녁과 술도 같이 하고 하는 그런 귀여운 저녁시간이다. 다만 10월은 아직 따뜻하고 속을 열어놓은 호박은 금세 곰팡이가 피고 초파리가 꼬인다는 점.

친구들과 모여 펌킨카빙을 하면, 정말 각양각색의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나온다. 그치만 제일 무서운 건 생각보다 빨리 꼬일 초파리다.


그래서 그날 만든 잭 오 랜턴을 쓰기엔 시간이 애매했다. 삔새와 진진과 마침 그 주 초에 우리 집에서 모이기로 해서 그날 우리 셋도 할로윈 음악을 들으며 호박을 열심히 팠다. 이번에 나는 아싸리 잭 오 랜턴이 과카몰리를 토하는 모습을 계획했어서 작은 호박이 토하는 표정을 만들었다.


고양이들을 무릎에 올려놓고 조심히 판 우리의 잭 오 랜턴들. 진진은 홋카이도 호박을 잘 사 왔는데 삔새는 비싼 멜론호박을 사 와서 카빙 한 부분은 우리가 자꾸 날로 먹었다.


과카몰리는 전날 만들어 둘까 하다가 물이 생기거나 색이 변할까 걱정되어 당일에 만들었다. 아보카도만 잘 숙성된 걸 사면, 토마토, 양파를 후다닥 다지다시피 썰어서 레몬즙과 후추랑 같이 섞으면 과카몰리는 정말 어렵지 않게 완성된다. 원래도 비건인 과카몰리를 잭 오 랜턴 앞에 잘 놓은 다음, 비건으로 주의해서 산 또띨리아 칩스를 주위에 잘 뿌려놓으면 손쉽게 할로윈 분위기가 나온다. 다음에도 써먹을 예정이다.

우웨엑!


비건 손가락 쿠키


미리 준비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요리는 비건 손가락 쿠키다. 사실 손가락 쿠키는 내 단골 할로윈 요리다. 핀란드 교환학생 때부터 시작해서, 친구가 주최하는 할로윈 파티에도 매번 마녀의 손가락 쿠키를 구워갔었다.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구웠던 손가락 쿠키(논비건)다. 학생 기숙사의 공동 부엌에서 지희언니랑 유라랑 같이 계란과 버터, 연유를 베이스로 구웠던 레시피를 아직도 쓰곤 했다.

난이도에 비해 리액션과 인기가 좋은 이 손가락 쿠키를 나는 주로 연유를 잔뜩 넣은 버터쿠키로 굽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비나를 위해 모양내기도 좋고 재료도 구하기 쉬운 비건 반죽 레시피를 찾아서 성형만 손가락 모양으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참고한 레시피는 바로 하다앳홈님의 비건 쇼트브레드 쿠키.


아몬드 가루, 소금, 메이플 시럽, 코코넛 오일 그리고 바닐라 이스트랙트만 들어가는 간단한 재료라 오히려 편했다. 주의할 점은 메이플 시럽 대신 꿀을 넣으면 비건이 아니라는 점. 벌들의 희생이 필요한 꿀 역시 비건이 먹지 않는 재료다. 고기도, 유제품도 아니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논비건 재료였다. 준비한 재료들을 한데 넣고 슬슬 섞으면 정말 제목처럼 끝인 레시피였다. 다만 성형할 때 원래는 쿠키틀로 성형하는 레시피여서 그런지 자꾸만 손바닥에 반죽이 붙었다.

KakaoTalk_20250116_130630839_07.jpg 무언가 유튜버님의 이미지와 달리 조금 어둡게 나왔지만 맛은 좋았다.

사실 비건 베이킹은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처음 했던 가장 쉽다는 바나나브레드를 실패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나의 첫 바나나브레드는 그냥 바나나 떡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계란과 크림, 버터를 잔뜩 휘핑하지 않는 베이킹은 여러모로 낯설고, 오븐에 넣어두고도 자꾸만 그 앞에서 들여다보게 된다. 잘 부풀고 있는지 보게 되는데 다행히 쿠키는 실패하기가 어려운 터라 어찌저찌 색감도 식감도 쿠키라 할 수 있게 나왔다. 다시 한번 바나나브레드를 시도해 볼 마음이 생겼다.

아몬드 가루로 하니 색이 더 어둡게 나와 조금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다.


몇 가지 음식들을 준비하고, 분위기를 내 줄 장식품들을 후다닥 준비한 뒤 전 날은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날 일찍부터 장을 보러 갈 셈이기 때문이었다. 홈파티는 자주 했지만, 비건 음식들로 준비하는 건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들뜨는 동시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뭐든 해보지 않은 건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내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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