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친구가 당신을 초대했다면

비건 친구 생활백서 EP 11 | 맛있는 건 같이 먹자

by 채루에 Ruhe

지난번에는 비나를 초대했다면, 이번엔 비나가 걸스나잇을 호스팅 했다. 비나가 여행을 갔다가 샀다는 귀여운 고양이 타로카드로 다 같이 신년운세를 점쳐보기로 했다. 전 화에서 말했듯 비나의 부모님은 카자흐스탄계이셔서, 비나도 만두 빚기처럼 카자흐스탄의 만두라 할 수 있는 만띠(Manty)를 다 같이 만들어 먹자고 했다. 지난번에 함께 만난 쥬진과 다른 두 친구들까지 해서 총 5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으면 대게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들고 가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일된 매너인 듯하다. 다들 칩스나 음료를 하나씩 들고 천천히 비나네 집으로 모였다. <감자칩의 배신>에서 나왔듯 나는 이제 비건 감자칩을 사가야 한다는 걸 알아서, 비건 마크가 들어간 감자칩과 와인 한 병을 들고 갔다. 유치하고도 조금 치사하게도 비건이 아닌 감자칩을 가져온 친구 하나를 보곤 아주 아주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 친구가 한국어만 했어도 내 비건친구백서를 추천해 줄 텐데 말이다.)


콩고기와 피자도우로 간단히 비건 만띠


내가 도착했을 땐 비나가 속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쥬키니(유럽 애호박), 콩고기, 양파가 주재료로 들어간 만띠의 속은 정말 만두 속과 흡사했다. 드디어 비나가 어떤 콩고기를 쓰는지 알았다. 다음번엔 그 가장 비싼 콩고기를 피하고도 맛있는 콩고기를 사보도록 하겠다.

비나가 준비해둔 재료들, 정말 만두와 비슷해서 반갑고도 신기했다.


만띠는 만두와 다르게 네모난 피를 기본으로 하는데, 여기서 비나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기본적으로 반죽이 거의 같은 사각의 피자도우를 사 와, 그걸 작게 잘라서 피를 대신하는 것. 처음에는 왜 피자도우를 준비해 뒀지? 오늘 피자가 아니라 만두 비슷한 무언가를 만든다고 했는데..?라고 생각했던 내게 비나가 이게 피가 될 거라고 말해줬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일거리를 시작하는 그 기분을 나는 참 좋아한다.

다들 테이블에 둘러앉아, 피자도우를 활짝 펼치고, 비나가 맞춰준 규격에 맞게 도우를 잘랐다. 마치 주방장인 비나의 진두지휘를 따라 우리는 착착 업무를 진행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도우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로 잘라졌고, 그 위에 잘 만들어진 속을 얹고 빚기 시작했다. 만띠 빚기는 만두와 조금 달랐는데 네모의 피를 반으로 접어 가운데만 붙인 다음, 양쪽 모서리도 일자로 붙여 마치 “H”모양을 만들어 내는 거다. 그런 다음 H의 양쪽 기둥들을 위아래로 맞닿게 하면 이런 만띠의 모양이 나온다.

만두인 듯 만두 아닌 만띠

다들 야무지게도 붙여 마치 피기 직전의 꽃봉오리 같은 모양을 만들어 냈는데, 나는 유독 벌어지게 붙여져 또 못생긴 만두 장인의 명성을 이어갔다. 뭐 맛은 똑같지 않겠나.


이렇게 쪄낸 만띠와 함께, 꼬니숑(작은 오이피클), 피클류의 카자흐스탄 샐러드와 소스로는 비건 사워크림과 살짝 맵기가 더해진 토마토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처음 먹어본 비건 사워크림은 생각보다 일반 사워크림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옴뇸뇸

디저트: 바나나브레드


식사를 다하고 나선, 비나가 미리 구워둔 바나나브레드를 먹었다. 내가 만들 때는 꼭 바나나브레드가 아니라 바나나떡이 되는데, 비나가 만들어주는 바나나브레드는 적당히 포슬하니 맛있다. 바나나브레드에 곁들여 먹을 베리도 함께 내어줘 상큼하게 입가심이 되었다. 그리고 입가심과 함께 우리의 수다는 더욱 열이 올랐다.

크리스마스 무늬의 식탁보(?)를 깔아서 베리를 잔뜩 얹어서 그런가 크리스마스같다.


수다의 열기는 본래 모인 목적인 타로카드로 이어졌다. 타로카드와 함께 들어있던 해설책과 가이드로, 서로 돌아가며 타로를 봐주었다. 타로를 하려다 보니 각자의 고민이 툭툭 튀어나왔다. 가벼운 고민부터 조금 무거운 주제의 고민들까지. 본의 아니게 서로 앞에서 고민을 털어두고 나니,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밤이 늦도록 수다를 떨었다.


시루랑 보리같은 카드가 같이 나왔다. 불쑥 내 고양이들이 보고싶었다.(집에 가자)




그렇다, 비건 친구에게 초대받아 간다고 특별한 건 없다. 그냥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면 비건 제품을 사가는 것이 필요할 뿐. 아, 와인을 사간다면 이왕이면 비건으로 사가면 좋다. 와인은 다 비건이지 않냐고 생각했다면, 다음화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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