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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르완다이야기 11

by RUKUNDO

너의 이름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어.

아니 너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아 했던 것 같아.

지도에서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 쉬운 인터넷 검색도 한 번 해보지 않았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름이 될 거라 생각했었거든.


시간이 흐르고 봉사활동 합격통지서를 받고 나서야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생겼어.

그럼에도 나는 너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어. 흘러가는 대로 너를 알아가고 싶었던 것 같아.

네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 채 말이야.


국내훈련소에 들어가서야 너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어.

그제야 조금씩 놀라기 시작했어. 네가 아프리카에 있더라고…

지도에서 조심스럽게 널 찾아보고 “아, 여기가 르완다구나” 중얼거리던 게 시작이었어.


네가 가진 아름다운 모습과 상처들을 듣게 되었지.

솔직히 말하면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어.

한국사람들이 생각한 너에 대한 이미지는 ‘위험하다’ 였던 것 같아.

너에 이름보다 너의 아픔이 먼저 다가왔던 거야.

우리나라도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으니,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

아마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지나며 너와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만났어.

그리고 그 들이 내게 여러 이름들을 알려줬지.
천 개의 언덕의 나라.
아프리카의 스위스.
동아프리카의 심장.


이름이 많은 건, 아직 누군가 완전히 정의하지 못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만큼 너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일까?

그 어떤 이름에도 공감하지 못한 나는, 그 이름들을 손에 쥔 채 너에게 왔고,

이제는 하나씩 천천히 너를 알아가고 있어.



천 개의 언덕의 나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알 수 있었을까?

새벽 늦게 도착한 나는 언덕은커녕 너에 대한 첫인상조차 느끼지 못했어. 너무 졸렸거든.

키갈리 공항의 매캐한 매연냄새와 흙먼지가 전부였지.


키칼리 안에서도 여러 언덕들을 볼 수 있긴 해.

꼬불꼬불한 길들을 묘기하듯 운전하는 마타투, 모토기사들의 실력이 아주 훌륭해.

조금 멀미가 나긴 하지만 말이야.


이곳의 작은 집들과 마을도 모두 언덕 위에 있더라.

양철지붕이 반짝거리는 키갈리의 언덕을 나는 좋아해. 아무래도 난 널 좋아하게 될 모양이야.

언젠가는 나도 볼 수 있겠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천 개의 언덕을 가졌다’는 너의 진짜 모습을 말이야.


지금은 그냥 고산병 때문에 머리가 너무 띵해. 어떻게 해야 적응이 되는 거니?

이것도 너의 특성일까.

숨이 차고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어쩌면 이게 너와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일지도 모르겠어.

조금은 힘겹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삶의 과정이겠지, 곧 나아지겠지.



아프리카의 스위스

솔직히 말하면, 이 이름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조금 의심스러웠어.

네가 스위스처럼 반듯하고 정교하진 않잖아.

유명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았어. 즐길거리도 많지 않고 말이야.


하지만 아침마다 들리는 빗자루 소리, 바닥을 쓸고 닦는 사람들, 길가마다 놓인 쓰레기통.
누군가는 꾸준히 이 거리를 정돈하고 있었어.

신호등은 없어도 교통사고가 나는 걸 본 적이 없었고, 혼자 밤거리를 걷는 게 두렵지 않았어.

길거리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의 표정은 무뚝뚝했어. 그렇지만 두렵거나 무섭지 않더라.

오히려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스위스와는 조금 다르지만 확실히 너만의 단정한 표정이 있었지.

그리고 그 단정함은 은근히 사람을 안심시키더라.

그래도 아프리카의 스위스라는 이름에 공감할 순 없어.

굳이 그렇게 부르고 싶지도 않아.

그냥 너는 너야. 그게 좋겠어.


동아프리카의 심장

지도를 펼쳐보면 네가 왜 심장이라 불리는지 알겠더라.

특히 다이어리에 있는 세계지도 있잖아.

사실 그 지도로 보면 너를 찾을 수 없어. 왜냐면 지도가 접히는 곳에 네가 있거든.

사방으로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콩고가 널 둘러싸고 있고 너는 그 한가운데에서 묵묵히 네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

의외로 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 외국인들이 꽤 많아서 놀랐어. UN, 세계은행, 개발기구들, 출장자들… 작은 키갈리에 꽤 많은 외국인이 드나들었어. 공항에서 새로운 비행기를 바라볼 때면 ‘오늘은 또 누가 처음으로 너를 만나러 오는 걸까 궁금했어. 그 사람도 나처럼 혼란스럽고 휘청거리고 있을까 하고.


너의 여러 이름들을 나는 조금씩 배우고 있어. 그렇게 너를 알아가고 있어.

이곳에서의 시간이 쌓일수록 또 다른 네 이름을 알게 되고 여러 얼굴을 만나겠지?

언젠가 나만의 언어로 너의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날도 오겠지?

잘 부탁한다.

내 이름은 ..NYANGE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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