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구매 후기
비건 지향식을 하면서 자연스레 과자를 멀리하게 됐다. 며칠 전에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뻥튀기 과자를 판매하는 차량을 봤다. 뻥튀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맥주 집에서 기본 안주로 나올만한 과자는 전부 모여 었었다. 고구마 과자, 소라 과자, 전병, 대롱 과자, 뻥튀기, 오란다 등이었다. 과자들은 나를 골라달라는 듯 질서 있게 줄 서 있었다. 걸음은 계속 앞을 향해 나갔는데 내 시선은 과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차량을 지나 한참을 걷다가 과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과자를 판매하는 트럭 쪽으로 다가갔다. 사장님께 말했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한데요. 혹시 과자에 우유나 계란이 들어가나요?"
돼지나 소는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느 정도 채식 짬이 되다 보니 이제 대략 어떤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는지 예측이 된다. 사장님은 "전병에는 우유가 들어가고 나머지는 잘 몰라요. 제가 만들어오는 게 아니라서 모릅니다"라며 귀찮은 듯 말씀하셨다. "뻥튀기 하나 주세요." 하는 고객이 전부였을텐데 살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 놈이 이것저것 물어보니 귀찮을만하다. 나는 트럭에 쌓인 박스를 보았다. 전부 'OO제과'가 새겨진 박스들이었다.
"사장님, 아까 떼 오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OO제과가 그곳이에요?"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짧게 대답하셨다. 이제 인터넷 박사님의 도움을 요청할 때였다. 나는 손가락 두 개로 과자 속 세계를 탐구했다. 다행히도 OO제과를 치니 몇 가지 과자들이 검색되었고 성분표도 나왔다.
나는 그렇게 엄지손가락 탐험을 마치고 뻥튀기 하나를 샀다. 다른 과자들은 OO제과에서 떼 온 과자들이다. 박스에서 꺼내진 과자. 하지만 뻥튀기만큼은 트럭 뒷칸에 실린 기계로 그때그때 바로 만드는 과자였다.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뻥튀기에는 우유나 계란 안 들어가죠?" 사장님은 다른 과자를 이야기할 때보다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안 들어가요." 나를 지긋지긋한 놈이라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뻥튀기만큼은 본인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말씀하셨을 수도 있겠다. 사장님이 나를 어찌 생각하건 어쩔 수 없었다. 그곳에 있는 과자는 어디에도 성분표가 부착되어 있지 않았고 나는 어떤 동물이 희생되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뻥튀기를 하나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삼천 원의 뻥튀기를 손에 쥐기 위해 사장님과 대화도 하고 거리에서 한참 동안 '엄지 손가락 탐험'도 했다. 채식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또한 누군가를 번거롭게 하는 일이다. 무엇을 추가로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죄송하면서까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식당의 직원의 눈을 보면 난 오늘도 말한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만..."
반면 생명의 죽음과 고통 앞에 우리의 번거로움을 따지는 건 사치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동물은 고통스럽게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는 한낱 '번거로움'의 문제로 치부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다"라는 말을 멈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