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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Dec 17. 2021

프랑스 빈집 주인은 벌칙 세금을 낸다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에서 살펴본 프랑스 상업 정책

도시 내 교통이 잘 정비된다고 하더라도 매력적인 시가지가 없으면 사람들은 방문하지 않는다. 책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 4장에서는 도시의 활기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중심시가지의 상점을 지원해왔는지 살펴본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경리단길의 빈 상가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명동 거리의 빈 상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문 닫힌 상점가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빈상점세와 지자체 선매권을 소개한다.

첫째, 빈 상점세는 2년 이상 빈 상점인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벌칙 세금 제도다. 2006년 제정되었고 상점이 빈 기간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도 달라진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고 소유자가 임대하지 않고 임대료를 올리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상점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용 건물에도 같은 벌칙 세금이 부과되는데 주택 건물은 1년 이상이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빈집세는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과 캐나다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국내도 빈집이 갈수록 늘어나 빈집 문제는 해결해야 할 도시 문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국내 실정에 맞게 주택과 상가에 빈집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 unsplash(Aaron Sousa)


둘째, 상점의 선매권은 지자체(코뮌)에게 있다. 지자체가 시가지 선매권 행사 포기에 서명한 증명서가 없으면 상점의 부동산이나 영업권 매매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 도시법 L123-1-5에서 “‘근접 소매 상점’을 지키고 상점의 다양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자체의 선매권 대상 범위 설정”을 인정하고 있다. 선매권을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제한한다는 관점으로부터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도시 내 상점의 다양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과 한없이 치솟는 임대료를 제한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로 보인다. 다만 사적 소유권, 창업의 자유 등에 관한 문제와 충돌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선매권을 섬세하고 신중하게 다뤄야만 한다.


국내에는 빈 상점세나 지자체 선매권과 같은 제도가 없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임대료로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여파로 인해 매출은 뚝 떨어져 임대료를 내는 것도 급급하다. 상점 운영 어려움의 주된 이유는 임대료에 있다.


빈 상점세와 선매권은 지역의 활기를 더할뿐만 아니라 도시의 다양성을 조성하는 제도이며 치솟은 임대료를 균형 있게 조정할 방안이다. 


이 외에도 책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에서는 프랑스 중소도시의 성공 요인으로 통합적인 도시계획, 시민 참여, 지자체장의 철학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각 요인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이전 글에 언급한 국내 소멸위험지수 산출식은 고령화와 출산을 주요 지표로 삼는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경제인구를 늘리기 위한 출산율 정책에 매달려왔다. 매우 단순한 접근법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인구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순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인구감소율, 소멸위험지수와 같은 지표를 통해 위기 상황을 가시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기 좋은 도시로 가꾸어가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역사나 제도 면에서 프랑스와 한국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책에 나온 내용들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지역소멸위기 문제를 비롯한 여러 도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 내용들을 소개한다. 우리나라도 인구 자체를 늘리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일회성의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에 더욱 힘써야한다. 살기 좋은 도시에는 사람이 모인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면, 인구 감소 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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