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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Dec 18. 2021

백신미접종자, 도서관 출입을 금합니다

백신미접종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인가

'백신 미접종자, 식당, 카페 혼자서만 출입 가능'


예언가가 된 기분이다. 한 반년 정도 전부터 예상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정부에서 백신을 권장하고 미접종자가 포함된 모임의 경우 제한을 두었을 때부터 조만간 백신 미접종자에게 활동을 제한하는 불이익을 가하리라 예상했다. 12월 18일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식당과 카페에 혼자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가끔 연구실 동료들과 외식을 하거나 아내와 외식을 하는데, 내년 1월 2일까지는 그럴 수 없다. 그 이후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인가
적어도 내게 방역패스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혼밥'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도서관에 출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하셨어요?"


지난 금요일 책을 빌리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갔더니 출입구 도서관 직원이 내게 물었다. 백신 미접종자라고 했더니 출입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열람실 이용하지 않고 책만 빌려서 나오는 것도 안되냐고 물었더니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미안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물론 백신을 접종하는 건 자유의지지만, 왜 여태 접종을 안 해서... 얼른 해야죠."


도서관 방문 시 출입구 직원이 건네었던 말이 떠오른다. 직원 앞에서 하소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백신을 맞는 게 정말 자유 의지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묻고 싶다. 백신 접종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인가?


12월 6일부터 한 달간 방역패스가 실시되었고 12월 18일부터는 6일에 발표된 방역패스를 기초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되었다. 이렇게도 빨리, 내가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다.


연구실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방문하고 이용하는 장소가 바로 도서관이다. 자리를 잡고 열람실을 이용하진 않지만, 주로 책을 대출하고 대여한 노트북을 연장하기 위해 방문한다. 가끔 SPSS나 GIS와 같은 유료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전자정보이용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방역패스로 인해 이 모든 것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학교 도서관뿐만이 아니다. 공공도서관 같은 경우에도 방역패스가 도입되어 책을 빌릴 수 없다. 올해만 해도 총 85권의 책을 학교에서, 20권이 넘는 책을 구립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었다. 물론 모든 텍스트를 읽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1년 내내 많은 책을 빌려서 보는 내게는 곤욕스러운 상황이다. 백신 미접종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처벌'이 가해진 걸까?


백신 미접종자가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확인서는 48시간만 유효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방문할 때마다 확인서를 제출해야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용할 사람을 예로 들면, 일주일에 한 번 코를 한번씩 쑤시고 약 10만원 정도의 PCR검사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방역패스 의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무조건적 접종 권유는 지양해야

방역패스 의도를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여러 정책 시행과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확진자는 증가하고 있다. 현재 11월 30일 처음으로 확진자 5,000명을 돌파했고, 12월 7일 이후로 5,000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12월 14일에는 일일 확진자 7,850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방역패스를 의무화하고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 한다. 결국에는 감염률을 낮추고 중증환자 비율을 낮추려는 의도일 것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백신의 효과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최춘식 의원이 공개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 사망자 수(543명)는 백신 접종자 사망자 수(549명) 보다 적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에 비해 4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접종률만을 고려한 사망률은 접종자가 네 배 가량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때 감염률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다만 사망률만으로 백신을 무조건적으로 접종을 해야 하기에는 많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 백신에 대한 부작용은 다수 보고되고 있고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이들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동물실험 반대 등 제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대면 공공서비스가 가능한 영역은 섬세한 대응 필요
방역패스 시행의무시설 지정에도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첫째, 방역패스 시행의무시설 지정의 적정성이다. 방역패스 시행의무시설은 유흥시설, PC방, 도서관, 식당, 카페, 학원 등이다.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공간인 마트나 슈퍼는 제외되었다. 다만 백화점이 제외되어 있는 점이 납득하기가 힘들다. 백화점은 공간 특성상 대부분 창문이 없다. 또한 상품을 구매하고 판매하기 위해 대화가 오가야만 하는 장소다. 반면 입 뻥긋하지 않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은 방역패스 시행의무시설이다. 이 무슨 기이한 방역지침인가.


둘째, 방역패스로 인한 공공서비스 제한이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역패스 의무화는 실시하기 전에 기존에 제공되던 공공서비스들을 어떻게 제공할지 심도 있게 고민했어야 했다. 서울시 강동구 구립도서관은 장애인, 노년층, 임신부에게 책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서울시 중랑구와 노원구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무인반납기와 같이 무인대출기를 활용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도서관에 출입하지 않고도 충분히 도서를 대출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영역까지 원천 봉쇄한다면, 정부는 백신 접종을 강제로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외에도 백신에 대한 수많은 의문점들도 존재한다.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보상 문제, 임신부와 청소년, 어린이 등 대상에 대한 백신 안정성 여부 등의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주어야만 한다.


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강요하지 말고 먼저 신뢰를 주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애써준 정부와 공무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나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공공서비스 제공이나 부작용에 대한 보상 문제 등에 대한 지침을 섬세하게 마련하면서 백신 접종 권장 정책과 방역패스 제도를 운영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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