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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Aug 02. 2022

절멸된 호랑이가 숲으로 돌아가려면

매년 7월 29일은 '국제 호랑이의 날'이다. 한국은 호랑이의 나라로 불리기도 하는데 마침 올해는 임인년, 호랑이의 해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멸종위기종이다.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I에 해당하는 종으로서 멸종위기 정도가 높다. 애석하게도 '호랑이의 나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는 없다. 지난 1996년 환경부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사무국에 제출한 '호랑이 보호를 위한 국가보고서'를 통해 남한에 서식하는 야생 호랑이가 한 마리도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내 야생 호랑이는 현재 국지적으로는 절멸 상태로 알려져 있으나, 완전한 멸종 상태는 아닌 셈이다. 


KBS1 다큐온 '호랑이는 살아있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호랑이 사냥했던 민족


며칠 전인 7월 29일, 호랑이의 날을 맞이하여 KBS1 다큐온 '호랑이는 살아있다'편이 방영되었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한반도에 서식했던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다. 아무르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현재 연해주 인근에 현재 540여 마리가 생존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 연해주 인근에서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호랑이가 한반도에서 사라지게 된 걸까? 한반도 호랑이의 절멸은 일본의 호랑이 사냥 때문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이 조선인의 기개를 꺾기 위해 호랑이 사냥을 지시한 것이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1915년부터 1942년까지 일제강점기 시대 조선총독부 해수구제사업으로 인해 호랑이 141마리가 포획되었다. 당시 일본 거상 야마모토 다다부시로는 정호군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한반도로 호랑이 원정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호랑이에 관해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만약 일제강점기가 없었다면 현재 한반도에 호랑이는 생존하고 있을까?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만약 일제강점기가 아니었더라도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생존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호랑이 사냥이 일제강점기 때만 있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숭배되는 동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퇴치해야 하는 동물이기도 했다. 조선 초기 호피공납제가 제도화되었는데 이는 지역마다 매년 호피(표범까지, 표피 포함) 3장을 공납하는 제도다. 다큐 속 서울대 국사학과 고태우 교수는 호피공납제가 한반도에 호랑이가 한반도에 상당히 많았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매년 호피 3장이면, 당시 약 330여 개 군현을 고려하면 연간 약 천 개의 호피 공납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전문적으로 호랑이와 표범을 잡는 '착호갑사'라는 부대가 창설되기도 했고 별도로 포상 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호랑이가 가축과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였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시대에도 호랑이 사냥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사에 따르면 충렬왕 때에도, 퇴치를 명분으로 한 국왕의 호랑이 사냥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이 아니었더라도, 호랑이는 계속 사냥되어왔다. 고태우 교수는 다큐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도 당시 해수구제사업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 호랑이와 같이 위협을 주는 동물들이 사라지면 조선인에게도 좋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호랑이 사냥을 했던 우리 민족


지난 7월 29일 호랑이의 날을 맞이하여 KBS1 다큐온 '호랑이는 살아있다'편이 방영되었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한반도에 서식했던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다. 아무르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현재 연해주 인근에 현재 540여 마리가 생존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 연해주 인근에서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호랑이가 한반도에서 사라지게 된 걸까? 한반도 호랑이의 절멸은 일본의 호랑이 사냥 때문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이 조선인의 기개를 꺾기 위해 호랑이 사냥을 지시한 것이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1915년부터 1942년까지 일제강점기 시대 조선총독부 해수구제사업으로 인해 호랑이 141마리가 포획되었다. 당시 일본 거상 야마모토 다다부시로는 정호군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한반도로 호랑이 원정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호랑이에 관해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만약 일제강점기가 없었다면 현재 한반도에 호랑이는 생존하고 있을까?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만약 일제강점기가 아니었더라도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생존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호랑이 사냥이 일제강점기 때만 있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숭배되는 동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퇴치해야 하는 동물이기도 했다. 조선 초기 호피공납제가 제도화되었는데 이는 지역마다 매년 호피(표피 포함) 3장을 공납하는 제도다. 물론 이는 표범까지 합친 숫자이긴 하지만, 서울대 국사학과 고태우 교수는 호피공납제가 한반도에 호랑이가 한반도에 상당히 많았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매년 호피 3장이면, 당시 약 330여 개의 군현을 고려하면 연간 약 천 개의 호피 공납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전문적으로 호랑이와 표범을 잡는 착호갑사라는 부대가 창설되기도 했고 포상 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호랑이가 가축과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였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시대에도 호랑이 사냥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사에 따르면 충렬왕 때에도 퇴치를 명분으로 국왕의 호랑이 사냥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이 아니더라도 호랑이는 계속 사냥되어왔다. 고태우 교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들도 당시 해수 구제 사업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호랑이와 같이 위협을 주는 동물들이 사라지면 조선인에게도 좋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호랑이숲 종 복원, 정말 호랑이를 위함인가 


현재 국내에 야생 호랑이는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물원과 국내 한 호랑이숲에 호랑이가 있다고 한다. 한국호랑이가 아주 멸종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종 보존을 위해 현장에서 애쓰는 사육사와 연구원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그럼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동물원은 야생동물이 살아가기에는 워낙 열악한 환경이고,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도 호랑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동MBC 특집 다큐멘터리 '나와 호랑이' 편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을 소개한다. 호랑이숲은 0.048km²(약 1만 4천여평), 축구장 7배 정도의 규모로 이곳에 총 여섯 마리 호랑이가 산다. 호랑이숲에는 전책이 설치되어 있다. 전책은 전기가 흐르는 철책인데 호랑이가 돌발행동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책이라는 인간이 지정한 구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호랑이가 한없이 약해 보였다.


인간들의 무전기 소리만 듣고도 방사 시간을 알아채는 호랑이와 대형 얼음 위 여름 특식을 맴도는 호랑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길들여진 호랑이는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이런 환경이 기존 동물원 시설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축구장 7배 규모가 넓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각이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임정은 포유류팀장은 수컷 호랑이의 활동 반경은 1000km², 암컷 호랑이의 활동 반경은 200km²가 된다고 한다.


연해주와 한반도를 호령하던 호랑이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들은 이전의 광활한 활동영역이 아니라 0.048km²라는 수용소에 갇힌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동물의 최선이 너무나도 납작해 보이는 순간이다. 이 '납작한 종 복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숲으로 돌아간 러시아 호랑이, 철책 안에 남은 한국 호랑이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2015년 2월 이와 비슷한 일이 어린이대공원에서 벌어졌다. 사자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것.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사람을 죽인 호랑이와 사자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랑이와 사자는 안락사되지 않고 별도 격리 조치되었다. 다행이라고 안도할 수 있는 걸까? 반면 2018년 9월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퓨마는 인명피해 우려와 불안으로 인해 사살되었다.


그리 멀지 않은 러시아로 가보자. EBS 다큐멘터리 '야생의 조선곡 호랑이'에서 호랑이는 민가의 개를 사냥하고 급기야 헛간에 들어오기까지 했다. 마을 주민들은 호랑이가 무섭다며 호랑이를 죽이자는 의견과 숲으로 돌려보내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열띤 토론 끝에 결국 호랑이를 숲으로 돌려보냈다.


국립공원공단 장동혁 야생동물의료센터장은 다큐멘터리 '나와 호랑이'에서 공존에 관한 소신을 밝힌다. 그는 "원론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결국엔 왜 (야생동물로부터) 피해가 일어났겠습니까? 동물들이 사는 공간에 (인간이) 들어와서 살고 있으니까 문제가 생긴 거 아니에요 사실은. 공존이 사실은 별게 없어요, 이걸 받아들이냐 못 받아들이냐의 차이 같아요"라고 지적했다.


조선곡 러시아 호랑이는 숲으로 돌아갔고, 종 복원된 한국 호랑이는 수목원에 갇혔다. 철책을 두고 마주 서있는 인간과 호랑이. 이것은 공존이 아니다. 종 복원 자체가 공존은 아닐 것이다. 호랑이가 숲으로 돌아가 러시아와 북한, 대한민국을 넘나드는 것. 얼음 위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숲과 바위, 들판 위에서 자유롭게 식사하는 것. 그것이 공존 아닐까. 


호랑이가 자연으로 돌아가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공존일 것이다. 아마 지금 당장 호랑이가 숲으로 돌아가기엔 야생 능력이 회복되지 않아 어렵고, 그마저도 당분간은 사육사와 연구원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이때 시민들 역할도 중요하다. 종 복원된 호랑이를 단순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숲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돌아가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이에 맞게 적합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실제 현실에서도 그렇게 되도록 힘써야 한다. 그래야 매년 돌아오는 호랑이의 날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테다. 


호랑이가 숲으로 돌아가는 해방의 날은 올까. 포유류 인간과 호랑이, 같은 동물군인 우리는 진정한 공존을 실현할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기고 글입니다)




참고 동영상과 링크

* 아래 영상들은 모두 무료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KBS1 다큐온 '호랑이는 살아있다'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0-0388&program_id=PS-2022098499-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section_code=05&section_sub_code=08


EBS 다큐멘터리 '야생의 조선곡 호랑이'

https://www.youtube.com/watch?v=3wvcrDL4N7A


SBS 뉴스토리 '일제의 또 다른 '만행?' ... 호랑이 없는 호랑이 나라

https://www.youtube.com/watch?v=YnVmT4O9Uhc


https://edition.cnn.com/2021/05/13/us/tigers-captive-us-wild-trnd/index.html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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