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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May 04. 2022

1인 1닭, 하루 284만의 대학살이 낳은 문화

닭 존중의 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월 4일은 치킨 데이(Chicken day)다. 치킨 먹는 날이 아니다. 여느 '데이'처럼 소비 진작을 목표로 한 날이 아니다. 다시 써본다. 5월 4일은 2005년 UPC(United Poultry Concerns)에서 지정한 '닭 존중의 날'이다. 농장 닭의 삶에 대해 이 사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존재로서 닭을 존중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1인 1닭의 시대, 284만 마리의 닭 대학살은 현재 진행형


애석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치킨 데이'는 치킨을 먹는 날처럼 들린다. 아마도 치킨은 닭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바싹 튀긴 프라이드 '치킨'으로 통용되기 때문일 테다. 실제로 국내에 삼겹살의 날, 한우의 날 등 육식 소비를 권장하는 날처럼 닭과 달걀 소비를 권장하는 날도 있다. 9월 9일, 바로 구구데이다. 하지만 굳이 구구데이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치킨과 달걀은 주요 식재료로 사용된다.


'1인 1닭', '치맥', '치느님'과 같은 단어들은 이 사회에서 닭이 놓인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농촌진흥청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닭고기 연간 소비량은 2017년 조사보다 1.2kg 늘어난 15.76kg이었다.


닭의 규격은 호수로 구분되는데 보통 5호부터 16호까지 있다. 호수 앞에 붙은 숫자에 100을 곱하면 호수별 무게가 된다. 5호는 500g, 10호는 1kg. 5,6호는 주로 삼계탕에 쓰이고 7-9호가 치킨에 사용된다. 10호부터는 백숙이나 닭복음탕과 같은 요리에 사용된다. 만약 9호(900g)를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을 계산해보면, 대한민국 성인은 1인당 17.5마리 정도의 닭을 먹는다.


월별 닭 도살량 © 농림축산식품부


이번에는 하루 평균 닭 도살량으로 따져볼까? 2021년 한 해 동안 10억 3천5백만 마리의 닭이 도살되었다. 하루 약 284만 마리의 닭이 도살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인간 때문에 하루 284만 대학살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닭 대학살을 방조하고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이 어마어마한 학살의 산업을 방조할 뿐만 아니라 지원한다는 점이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경로로 지원하는데, 자조금은 정부가 축산업을 지원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축산자조금법에 따르면 축산자조금은 축산물의 안전성을 제고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등 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축산업자가 납부하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조성ㆍ운용되는 자금을 말한다.


육계 농가의 경우 도살할 때마다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에 자조금을 낸다. 2009년부터 시행되었다. 닭고기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농가는 1마리당 육계 5원, 삼계 3원, 토종닭 10원, 육용종계 30원을 낸다. 그중 절반은 정부에서 부담한다. 즉 육계 10마리를 도살하면 25원은 농가에서, 25원은 정부에서 자조금을 낸다. 2020년 자조금 예산안은 농가 거출금 22억 8000만 원, 정부 보조금 17억 2000만 원 등 총 40억 원이었다. 정부에서 닭 대학살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30일이라는 짧은 생, 기나긴 고통, 그리고 투쟁하는 닭


오늘날 닭의 현실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도시에도 닭은 널려 있다. 닭은 농촌에서 사육되지만 주로 도시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한 집 건너 치킨집이 있을 정도고 한 건물에 치킨집이 두 개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식탁 위 프라이드 '치킨'을 한때 살아있었던 닭이라고 애도하지 않는다. 침을 꼴깍 삼킬 뿐.


오늘날 닭의 현실을 마주하려면 양계장과 도계장으로 가야 한다. 닭은 30일 동안 좁은 배터리 케이지 혹은 공장형 무창 계사에서 사육된다. 사육 도중에 죽는 닭도 많고 살아있는 닭이더라도 기형 닭이나 피부병과 같은 온갖 질병에 걸린 닭이 많다.


도살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운송 차량에서 숨을 거둔 닭 


30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도살장으로 가기 위해 닭장이 설치된 특수 화물차에 닭이 실린다. 노동자들은 닭의 얇은 다리를 능숙하게 손가락에 끼워 여러 마리의 닭을 한 번에 화물차에 싣는다. 아니, 닭장에 닭을 던진다. 이때부터 닭은 사투를 벌인다. 사람 손에 잡힐 때는 날갯짓을 하기도 하고 닭장에 실릴 때는 탈출하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닭은 비좁은 닭장에 실린 채로 도살장으로 향한다.


일반인에게 도살장은 공개되어 있지 않아 도살 과정을 직접 목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도미니언을 통해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국내 도서 <닭고기 백과>에서도 도살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도살장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공장이다. 먼저 족쇄 서클(Shackle)에 닭을 거꾸로 건다. 이때 닭의 날갯짓은 심해진다고 한다. 나는 이 과정이 살기 위한 일종의 저항이자 투쟁이라 여겨진다. 닭의 머리는 바닥을 향한 채로 컨베이어 벨트는 이동한다. 다음 순서는 전기 기절. 교류 전기를 닭의 뇌로 통과시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게 한다. 이후에는 자동 도살기 칼날을 거쳐 목 부위 경동맥이 절단되고 방혈 된다. 이후 고온에 닭을 담그고 털을 벗긴다. 이렇게 도살된 닭은 가공 과정을 거치고 등급이 매겨진 뒤 식탁 위로 온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1인 1닭'은 이토록 고통스럽고 기나긴 투쟁을 거친 닭이다.


닭 존중의 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월 4일, 닭 존중의 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비건 파티를 열어 이 날을 기념하고 지인들에게 알리는 방법도 좋겠다. 적어도 5월 4일 치킨을 먹지 않는 방법도 있겠고 지금 먹던 양보다 줄이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천하는 방법도 있다.


지방 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닭뿐만 아니라 동물을 존중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법도 하나의 실천방안일 수 있겠다. 현재 5월 4일 기준, 농장동물에 관한 언급을 한 후보는 기본소득당 경상북도 도의회 비례대표로 출마한 홍순영 후보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실천에 그친다. 물론 의미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조금 더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겠다.


닭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도살장과 양계장을 찾아가 닭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만 닭의 현실을 마주할  있다. 알아야 존중할  있다. 비질은 도살장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애니멀세이브(Animal Save)라는 동물권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도살장을 찾아가 애도하고 연대하는 비질 활동을 진행 중이다.   번은 시간을 내어 비질 활동을 해보길 권한다. 그곳에 투쟁하는 닭이 있다.


* 참고 문헌: 이희훈 저, <닭고기 백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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