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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Oct 15. 2020

채식하면 살 빠져요?

채식 이후 몸의 변화 2편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연초 가장 많이 세우는 목표이자 가장 많이 실패하는 목표가 다이어트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다. 최근 10년간 나의 몸무게는 오차범위 3kg였고 키에 비해 마른 체형을 유지해왔다. 마른 몸보다 근육질 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혹 생기지만 그렇다고 현재 마른 몸이 싫지 않다. 이 때문에 몸무게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 살이 찔까 봐 염려하며 먹어본 적이 없고, 칼로리 계산을 하며 식사를 해본 적도 없다. 먹고 싶은 건 다 먹어가면서 마른 체형을 유지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운동을 즐겨했기 때문이다.



ⓒ tvN 'SNL 코리아'


차라리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운동해.


늘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와 다이어트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아내와는 격이 없는 사이기에 마음속에만 담아두기만 했던 말을 꺼냈다. 아내도 내게 숨겨두었던 레이저 눈빛을 쏘았댔다. 앞으로 이 말은 어디서든, 누구 앞에서든 꺼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살 빠진 거 같아.
바싹 말랐네.
말라깽이야. 살 좀 찌워라.


최근 반년 동안 친구를 만나면 첫인사가 비슷했다. 만나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내 마른 몸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에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떤 의도였든, 전혀 불쾌하진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볼 수밖에 없었다. 거울을 보면 내 몸에 대한 객관화가 될 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보기가 좋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적당한 근육 크기, 군살 없이 쩍쩍 갈라진 몸매만 보였다. (맞다. 나는 나르시시스트다. 나르시시스트가 되면 다이어트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다이어트를 하지 말고 나르시시스트가 되자.)


ⓒ MBC 무한도전


이상하게도 거울을 멀리서 보니 그제야 내 몸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안 그래도 없던 살이 더 없어졌다. 군살이 더 빠졌고 허벅지 쪽도 군살이 빠진 건지 근육이 빠진 건지 슬림해졌다. (나름 허벅지 두께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예전 사진들을 뒤적뒤적 찾아봤다. 전체적으로 살이 빠지긴 했는데 특히 얼굴 살이 많이 빠졌다. 서른에 진입하고서 생긴 변화이기도 하겠지만, 채식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때서야 체중도 재보고 근육량도 측정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쉬는 날 주민센터에 찾아가 체성분 검사를 하며 체중을 측정했다.




결과는?

채식을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되었고 몸무게는 이전보다 2-3kg 빠졌다. 60kg를 가까스로 넘겼다. 다행인 건 근육량이 줄진 않았고 오히려 체지방량이 너무 적어 영양상담사는 지방량을 좀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채식 이후 몸이 가벼워졌다고 느껴왔다. (그 느낌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 단순히 체중 때문만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실제로 체중이 감량되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살을 찌우기로 결심했다.



먹는 '양'의 변화

식단에 변화를 주어 살을 빼거나 찌우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천성이 게을러서 식단을 변화시켜 재구성하는 일이 매우 귀찮게 여겨졌다. 식단 구성은 크게 바꾸지 않고 탄수화물 양 자체를 좀 늘리기로 했다.  


매번 먹는 식단에서 잡곡밥을 한두 숟가락 양을 더했다. 파스타를 먹을 땐 평소보다 면을 좀 더 넣어 먹었다. 채식 라면을 먹을 땐 국물과 밥을 함께 먹었고 비건 만두도 밥과 함께 먹었다. 간식으로는 과자를 먹었는데 조청유과나 인절미 스낵 같은 비건 제품이지만 정크푸드들을 자주 먹었다. 가끔 고구마나 감자를 밥솥에 쪄 설탕에 찍어먹었다. 버무림(샐러드)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양을 늘렸다. 케일 잎을 두 장 더 썰고, 양배추 양도 늘리고, 방울토마토 양도 늘렸다.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도 몇 알씩 더 넣었다. '뭐라도 더 먹으면 살이 찌겠지' 하는 마음으로 '더' 먹었다. 그랬더니 살이 쪘다. 두 달 만에 2~3kg가 쪘다. 살을 찌우는 비결은 육식이든, 채식이든 하나다. 더 먹으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체중 감량 식단

살을 찌워보니 알겠다. 식습관만 두고 논하자면, 살을 빼는 방법도 무척 간단하다. 찌우는 방법 반대로 하면 된다. '덜' 먹으면 된다. 다이어트 식단 정보를 찾아온 이들이 있을 것 같아 살이 빠졌던 채식 식단을 공개한다. 그때그때 조금씩 달랐지만 아침 식단은 거의 동일했고 점심과 저녁은 때에 따라 달랐지만 한 끼는 버무림(샐러드) 식단, 한 끼는 칼로리가 높은 식단이었다. 물론 이 식단은 평소에 어떻게 먹던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다. 이것보다 적게 먹었던 사람이 이 식단으로 변경할 경우 체중이 증가할 수 있고 이것보다 많이 먹었던 사람은 당연히 체중이 감량할 것이다.

아침: 시리얼이나 식빵과 두유, 아몬드 브리즈 조합 + 사과 1개

버무림 식단: 방울토마토, 양상추(케일), 양배추, 견과류 + (집에 있는 과일)

간식: 과자, 고구마, 감자, 소시지 안 들어간 핫도그, 콜라, 맥주 등

칼로리 높은 식단: 밥은 기본적으로 현미잡곡밥, 채식 카레, 아라비아따 파스타, 피클, 김치,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건 만두, 생선요리, 야채 샤부샤부, 두부 야채볶음 등



채식하면 살 빠지나요?

모든 채식이 살을 빼는 지름길은 아니다. 식단을 구성하는 채소와 과일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양이 중요하다. 개인별로 살이 찌고 빠지는 요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예를 들면, 음식의 염도와 매운 정도에 따라서 식사량도 달라진다. 따라서 양이 적절하게 조절된다면 채식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체중감량을 위해 채식을 시도한다면 맵고 짠 음식, 그리고 고기의 유혹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즉, 목적이 채식 다이어트라면 채식에 실패하여 다이어트를 실패할 확률이 높다.


채식주의자는 모두 말라깽이 아니냐고 조소하는 이도 있다. 난 이 말 자체가 기분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채식하면 몸이 약해진다.'라고 염려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묘해지면서 채식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몇 명의 운동선수를 예로 들어 소개한다. '세계 1위 스트롱맨' 파트리카 바부미안이다. (파트리카 바부미안, 당신의 존재만으로 고맙습니다.) 국내에서도 비건 보디빌더 최성문 씨의 이야기와 롯데 투수 노경은 선수의 채식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모든 채식주의자가 마르지만은 않았다. 동시에 채식이 다이어트의 정도(正道)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체중은 채식/육식에 따른 게 아니라 '세부적인 식단 구성'과 '양'에 따라 달라진다.



파트리크 바부미안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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