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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Oct 19. 2020

채식 방귀

채식 이후 몸의 변화 3편

4년 전이다. 대학 졸업 후 사무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아침 식사를 제외하곤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고기를 먹었다. 게다가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2시간을 PC 앞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1년 정도 지나자 몸이 이상신호를 보냈다. 자꾸 의자에 앉기만 하면 부글부글 장이 끓어오르고 꾸르륵 소리도 났다. 내 몸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오전, 오후 가리지 않고 소리를 내었다. 나는 내 몸을 컨트롤할 수 없었고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전이야 밥을 안 먹어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고 이해해줄 텐데, 식사를 한 후 소리는 누가 들어도 '속방귀'였다. 참 민망했다. 듣고 있던 이들도 참 민망했을 것 같다. 다행인 건 이런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때 옆자리 동료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방귀를 뀌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말이다.


이런 '속사정'이 있음에도 고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비책은 '스탠드형 책상'이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구글 직원들이 사용한다는 바로 그 책상. 회사 내에서도 IT부문 몇몇 직원들은 이미 이 책상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들 앉아서 일하는데 나만 서서 하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 같았다. 나는 팀장님과 동서남북 동료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모두가 동의하여 스탠드형 책상을 구매했고 택배가 도착했다. 워낙 거대하다 보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은 신기하다며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아래층 동료들도 와서 구경했다. 민망한 순간이었다.


어쨌든 스탠드 테이블을 사용하면서 이전보다 복부 팽만감은 덜했다. 하지만 앉아서 일을 하면 증상은 재발했다.




결국 나는 이 속사정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채식 때문에 오랫동안 속을 썩여온 가스 문제가 해결될 줄은 몰랐다. '채식 이후 장내 가스가 사라졌다.'라고 쓰고 싶지만 그렇진 않다. 가스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불쾌한 복부 팽만감과 복통이 줄어들었다. 불쾌감을 수치로 표현하면, 채식 이전이 80이라면 채식 이후는 20 정도다.


아마도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게 채식을 하면 가스가 사라질 거란 기대다. 개인 식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채식 자체가 가스 양 자체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채식을 한다고 해서 가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장내 가스가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음식 영향이 가장 크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포드맵(FODMAP) 식품'은 장내에서 가스를 발생시켜 복부 팽만 증상을 유발한다. '가스 유발자'인 셈이다. 포드맵 식품에는, 고기 외에도 양파, 사과, 양배추 등 채식 식단을 구성하는 주요 채소와 과일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그렇다면 채식이 장내 가스에 영향을 주기는 하는 걸까?


경험상 채식은 장내 가스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 다만 가스 양이 아니라 가스 질에 영향을 준다. 가스 질에 따라 가스 배출 느낌이 다르다. 외면하고 싶겠지만 '그 느낌', 이미 아실 것이다. 굳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그 느낌이 달라지면 냄새가 달라진다. 실제로 고기를 포함한 단백질류 음식을 과다 섭취할 경우 장내 가스의 냄새가 고약해진다는 건 이미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채식 이후 가스 질이 달라진 것이다.


채식 이전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장도 문제였지만, 복통과 복부 팽만감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팽만감에 시달리고 수시로 복통에 고통스러워했다. 가스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인류 중 장내 가스 양을 0으로 만들 수 있는 인간은 누구도 없다. 왜냐하면 생리현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식단을 통해 가스 양과 질을 조절할 수 있다. 채식을 통해 복부 팽만감과 복통 증상도 줄이고, 가스 질도 바꿀 수 있다. 가스 질을 바꾸면 나와 함께 사는 이들에게 평화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 다음 카페 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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