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들을 만나러 갓파바시 도구 시장에서 아사쿠사까지 가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아서 슬슬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센소지가 보이더군요. 세명의 일행이 와야 하는데 그중 한 명이 먼저 도착한 관계로 나머지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니와야(https://brunch.co.kr/@rumaru/4) 로 향했습니다. 같이 간 친구도 역시 대만족. 오랜 시간을 보낸듯한 인테리어와 과묵하고 시니컬한 분위기의 마스터가 내려주는 맛있는 커피가 있으니 더 없이 좋은 집입니다. 커피를 마시던 중 도착했다는 나머지 일행들의 연락을 받고, 미리 위치를 봐 뒀던 마노스로 향했습니다.
아사쿠사 쪽에 러시아 요리점들이 몇 군데 있는데 마노스는 그중 원조격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마노스에서 배워서 근처에 가게를 차린집들이 있다고 하는데 작년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었던 보나페스타도 그중 한 곳이라고 합니다. 배워 나간 사람들이 근처에 거의 같은 음식으로 레스토랑을 오픈하는데 보고만 있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다는 게 좀 신기해 보이네요.
평일 점심시간을 좀 넘겨서 도착했더니 가게 안은 한산하더군요. 공항에서 직행한 관광객들이라 큼직한 트렁크를 갖고 있으니 한가한 쪽이 덜 미안하고 좋았습니다.
실내는 이런 분위기입니다.
사진 안 보이는 쪽 테이블에 멋지게 꾸미고 오신 어르신들 두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고요.
다양하게 먹어 보고 싶어서 런치 세트를 인원수대로 주문하고 선택 메뉴는 좀 다양하게 골라 봤습니다.
버터 인심 후합니다.
요샌 이렇게 한 번이라도 더 손이 가는 게 눈에 들어오네요.
배가 좀 고팠지만 빵 한쪽은 나중을 위해 남겨뒀습니다. 보나페스타에서 식사를 했을 때 느꼈던 건데
빵 찍어 먹을만한 소스가 꽤 많았었거든요.
부드럽게 익혀진 오징어와 상큼한 드레싱의 샐러드로 시작합니다. 별것 아닌 샐러드인데 일본 채소들 참 맛있었어요. 여기까지는 각자 동일.
전채요리는 네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때마침 네 사람이라 각자 한 가지씩 골랐습니다.
어차피 다 같이 나눠 먹었으니 각자라고 할 수도 없겠네요.
위로부터 오늘의 냉수프와 파이를 덮은 크림수프, 새우 감자 말이 튀김, 게살 고로케 입니다. 네 가지 중에 어느 하나를 뺀다고 해도 아쉬울 만큼 맛있었는데 그래도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크림 수프로!
메인 메뉴는 비프 스트로가노프와 양배추 롤을 각각 두개씩 주문했습니다.
스트로가노프야 어차피 집에서 해먹을 일도 없지만 양배추 롤은 쌀쌀할 때 한 번씩 해먹는 음식인데 이런 곳에서 한 번씩 먹어보면 정말 기운 빠질 정도로 맛있습니다. 샐러드를 먹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기본 재료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듯합니다.
디저트는 러시안 티.
러시안 티의 특징은 이 딸기잼을 넣어서 마시는 건데 얼마나 넣으면 좋을지 점원분께 여쭤보니 취향에 따라 다른데 한 그릇을 다 넣어 마시기도 한답니다. 조금씩 마셔가며 잼을 더하다 보니 어느새 한 그릇을 다 넣었는데 이게 은근 잘 어울리네요.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닌 듯 하니 좀 진한 맛을 내는 홍차가 있다면 만들어 마셔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살찌는 것 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