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양산

폭염의 하굣길에

by rumi

폭염 주의보 문자가 몇 개나 날아들던 유월의 마지막 날.


하굣길, 지나는 낯익은 할머니의 어깨에

분홍색 책가방이 걸쳐져 있다.

손에는 작은 실내화 가방.


그리고 그보다 저 멀리 앞에

남색 꽃무늬 양산을 쓴 여자 아이가 홀로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저 아이는 언젠가

뒤따라오던 할머니의 굽은 어깨를 떠올리게도 될까.


그 등허리에 쏟아지던 뜨거운 햇볕을

어느날 가늠하기도 할까.


그리고 그 뒷모습들을 바라보던 나는


내 어른들의 굽은 어깨와 기꺼이 내어주던 꽃무늬 양산을

얼마나 기억해내고 감사해하고 있나.


그저 어린 아이일 뿐인 꽃양산을 든 작은 걸음걸음에

그런 주름진 생각이 스치던

무척이나 뜨겁던 한낮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아래로만 흐르는 건


땀 뿐이랴.

눈물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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