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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하는 AI 어시스턴트와 디자이너

by Rumierumie

고백할 게 있다.

<게으른 디자이너의 AI 실험 일기> 첫 번째 10편의 에피소드를 서둘러 마무리하다가, 시리즈의 방향을 잃고 말았다. AI 어시스턴트를 발굴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각 에피소드들이 뭔가 맞물리지 않는 단어의 나열처럼 느껴졌달까? 결과물이 멀쩡해 보이면서도 허무맹랑할 때, AI 세계에선 이걸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이라고 부른다.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 환각,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 맡는 것.


AI가 헛소리를 한다-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흔한 오류이지만, AI의 할루시네이션 현상은 꺼림칙한 오류로 여겨지기도 한다. 믿기 어려운 결과는 AI 어시스턴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헛소리를 늘어놓는 결과가 반복되면, AI를 신뢰하고 쓸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모든 헛소리가 나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Speculative design)*의 세계에서는 할루시네이션이 반갑게 맞이할 거 같다. 오늘날엔 불가능하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what if” 질문으로 풀어내고, 비판적 사고를 더하여 미래를 상상해 나가는 작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 헛소리가 필요하니까. 특히,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할 때, 논리나 증명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의 ‘신호 (weak signal)’만으로 추측하는 배짱이 필요하다. 여기서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디자인 픽션 (design fiction)”은 일종의 할루시네이션이다. 허구의 스토리를 통해 다가올 가능성 있는 미래를 상상하고 탐험하게 해 준다.


여러가지 미래를 비춰주는 Futures Cone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speculative design):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과 그 영향을 상상하고 탐구하는 디자인 접근법. 궁금한 사람에게 <Speculative everything> 도서를 추천한다 :)

https://mitpress.mit.edu/9780262019842/speculative-everything/



비록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유토피안과 디스토피안 미래를 넘나들며 원하는 미래를 자유롭게 그리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그 시점에, 시선을 다시 현재로 돌려보자. 원하는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를 고민하는 단계를 “백캐스팅 (backcasting)”이고 한다. 상상 속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인데, 미래 디자인의 중요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는 상상만 하고 구체적인 백캐스팅을 빼먹는 일이 종종 있다.


게으른 디자이너의 AI 실험 일기 - 모처럼 브런치로 돌아왔으니까, 요번에는 할루시네이션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 픽션을 만들어보자! 미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시그널을 포착하고, 미래의 상황과 서비스 경험들을 상상해보고 싶다 :)


그럼… 이번 파트에서 AI 어시스턴트는 어떤 역할을 할까? 우선, 온통 헛소리 투성이가 될 수도 있다! 미약한 신호를 모아서,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과정까지, AI 어시스턴트는 신나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할 거다. 디자인 픽션을 짧은 소설로 옮기는 시도도 해보고 싶은데, 걸음마부터 천천히, 조금씩 해보자. 할루시네이션과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 함께하면, 예상하지 못한 미래의 문을 열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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