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영국 파운드(GBP)가 원화(KRW)로 1,800원까지 올랐다.
환율 덕 좀 볼까? 하고 영국에서 조금 모아둔 용돈을 한국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몇 년 동안 써왔던 환전 서비스 앱에서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눈치 없이 왜 환율이 제일 많이 오른 이 타이밍에 문제가 생겼을까. 살짝 짜증이 밀려왔다.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지만, 모든 순간이 완벽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건 불가능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고객 입장이 되면 여유가 사라진다ㅠ 결국 다른 은행을 이용해 전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했다. 그나마 나를 진정시켜 준 건, 서비스에서 보낸 개인 맞춤형 이메일이었다. 나의 계정 정보와 상황에 맞춰서 작성된 메시지였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척척 따라 하기만 하면 됐다. 짜증이 난 내 기분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최대한 개인화된 이메일이 나만을 위한 배려처럼 느껴졌다.
개인화 서비스 경험의 마법
이게 바로 맞춤형 경험의 힘이다. 서비스의 개인화 경험을 잘 디자인하면, 고객이 마치 자신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리고 AI는 이런 맞춤형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이번 주제를 위해 AI 도구를 직접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관련 툴과 어시스턴트 사례를 리서치하면서 AI가 어떻게 서비스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양적 데이터 분석용 AI 어시스턴트
디자이너에게 데이터는 소중하다.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질적 데이터를 분석한다. 하지만 종종 “그 데이터를 찾기가 어렵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유는 다양하다:
•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거나
• 특정 데이터를 추적하지 않았거나
• 데이터 팀이 너무 바빠 응답하기 어렵거나.
기업들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정작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건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Salesforce Einstein 같은 도구의 세팅을 제대로 해 놓으면 나중에 데이터 분석 때문에 속 썩 일 일이 줄어든다. Salesforce Einstein은 AI 도움을 받아, 다양한 출처에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서비스가 더 나은 맞춤형 경험을 설계할 수 있게 솔루션을 제안해 준다. 이런 개인화는 단순히 CRM 시스템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서비스 디자이너가 고객별로 맞춤형 여정을 설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고객에게 그저 그런 경험이 아니라, 그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리서치 결과 분석용 AI 어시스턴트
질적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사용자 인터뷰 녹화 영상을 몇 시간 동안 돌려보며 중요한 인사이트를 추출하곤 했다. 사용자의 피드백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받아 적은 포스트잇으로 회의실 벽을 채워나가며 정리한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을 것 같다. 리서치 결과를 정리하고, 통찰력을 뽑아내는 손맛도 있지만 - 포스트잇 감옥에 갇혀서 서너 시간쯤 지나면 눈과 뇌가 모두 피곤해져버리곤 했다.
AI 어시스턴트는 손맛과 육체적인 피로가 함께 몰려오는 그 과정을 단축시켜 줬다. UserTesting 같은 도구는 AI를 통해 인터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감지하고, 사용자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분석해 준다. 디자이너가 직접 리뷰할만한 중요한 순간들을 AI 어시스턴트가 찾아내서 태깅과 컬러코딩 등을 해주니까, 어떤 부분에 시간을 쏟아 인사이트를 얻을지 판단하기 쉬웠다. 집중할 시간이 많아지니까,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해결 방법에 시간을 더 투자해서 고객의 요구를 더 잘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솔루션을 예측하는 일까지 해준다고?
Adobe Sensei 같은 AI 어시스턴트는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고, 고품질의 시각 자료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 Adobe Sensei 데모 비디오를 보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내는데, 놀랍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인간이 고민하고 고생해서 만든 결과물들을 낼름! 학습해서 결과 처리하는 부분이 특히 얄밉다. (옆에 고생하는 얼굴의 AI 어시스턴트 캐릭터라도 보여주면 얄미운 게 좀 덜 하려나? 얄밉지만, 그래도 기특한 면도 있으니까 봐주자.)
양적, 질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어시스턴트와, 솔루션 예측해 주는 어시스턴트랑 같이 일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AI 어시스턴트끼리 수없이 많은 시나리오를 짜는 동안 - 디자이너는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될 것 같다. 고객의 불편함 중에서 어떤 문제점이 가장 치명적인지 데이터 분석 결과를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킬까, 어떻게 해결해 볼까 , 생각과 탐구하는 활동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사람과 AI 어시스턴트의 소통 방법이 더욱 자연스러워져야 할 것 같긴 하다.
사람을 위한 개인화 경험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AI 어시스턴트가 기여한다는 게 재미있다.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건 결국 인간 디자이너인데,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해 주는 역할은 AI가 해주다니… 디자이너와 AI 어시스턴트의 이상적인 협업 프로세스는 이런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