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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erumie Jun 06. 2020

런던에서는 출근할 때 뭐 입지?

영국에서는 어떤 복장으로 출근할까?


사회 초년생 시절에, 한국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게임 회사에서 일했다.

대표님, 이사님, 전 사원이 각자 개성 있는 복장으로 다녔기 때문에 회사에서 어떤 옷을 입는 것이 적절한가 별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런던에서 구직활동을 하면서야 어떤 복장으로 출근해야 회사의 문화에 맞는지 생각했다.



대담한 패셔니스타

5년 전, 런던에서 다닌 첫 회사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였다. 패션 관련 클라이언트가 많아서,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을 때는 멋있고 과감한 디자인을 뽐내듯이 입고 오는 직장 동료들이 여럿 있었다.



오프 숄더 상의와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짧은 반바지가 유행하던 그 해 여름, 우리 모두 당장이라도 템즈강으로 소풍 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외부 미팅이나, 신규 클라이언트 확보를 위한 pitch가 있을 때는 다들 한 단계 더 멋짐을 장착하고 출근하곤 했다.   




맨발의 청춘, 자연주의 스타일

런던에서 다닌 회사들, 그리고, 석사 과정 시절에 연구 프로젝트 파트너 회사에 매주 방문하면서, 꼭 한 두 명씩 만나는 맨발의 청춘들이 있었다. 자전거나 조깅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인데, 주로 아침에 회사에서 샤워를 하고, 젖은 양말을 말리는 동안 맨발로 다닌다.


  

회의실을 지나치는데 구두와 스니커즈 사이로 갑자기 맨발이 보이면 아직도 깜짝 놀란다.




마이웨이, 저커버그 스타일

페이스북 CEO 하면 떠오르는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 외모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다른 우선순위의 일들에 집중하고 싶어서 드레스코드를 정해놓고 그대로 변함없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스럽고 실용적이어서 좋아하는 편이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데이트가 있는 날이 금방 탄로 난다는 정도일까? 데이트나 특별한 이벤트 때문에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오는 날이면, 하루 종일 동료들이 궁금한 눈치로 쳐다본다.




점차 런던의 각양각색 출근룩에 익숙해지는가 싶었는데,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출근룩에 대한 고민이 평소보다 더했다.



방송국에서는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까?


자유롭되, 적절하게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긴장해서 면접 시간보다 2시간쯤 일찍 도착했었다. 회사 앞 스타벅스에서 자기소개서 다시 읽고, 면접 질문 점검하고, 연습을 거듭하다가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스타벅스에서 점심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사원증 목걸이를 했는데, 복장이 천차만별이었다. 곁눈질로 출근 룩 벤치마킹을 좀 해보려고 했는데 별로 도움을 못 받았다.  


첫 출근하던 날, 결국 멋을 잔뜩 부렸다.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면 겉으로 멋있어 보여야 할 것 같아서.


어깨 각이 살아있는 가죽자켓
강렬한 코발트블루 스웨터
제법 굽이 있는 가죽 미들부츠
손바닥 반만 한 귀걸이


멋 부릴 패션 아이템 하나 제대로 없으면서 최대한 있는 것들을 끌어모았다.

입사 첫날, 팀과 인사하면서 깨달았다.


어떻게 보이는 것보다 하는 일에 가장 적합한 복장으로 출근하면 된다는 것을.


패셔니스타도, 맨발의 청춘도, 다른 회사에서 봤었던 스타일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자기답고,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복장으로 다녔다.



입사 이튿날, 운동화를 신고, 활동이 편한 스웨터와 청바지를 입고 회사에 갔다.


무난하고 깔끔하게, 그게 내가 가장 업무 하기에 편한 복장이었으니까.  








런던에서 보기 드문 강렬한 햇빛,

20도를 훌쩍 넘은 온도.

집에서 일한 지 3개월째, 어느새 여름이 왔다.



회사로 출근할 때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나는 요즘.

3분도 채 안 되는 출근을 준비할 때, 뭘 입을지 고민이 된다.




회사로 출근하던 때는 날이 더워지면, 얇은 셔츠나 시원한 소재 옷을 입었다. 모두 다림질이 필요한데, 3분짜리 출근길을 위해서 매일 다림질을 하기는 싫다.



여름옷을 꺼내봤다.


집에서 입기에도 편하고, 회사 분위기에도 맞는 적절한 드레스코드를 고르고 골라봤다.

한참을 옷장에서 옷을 꺼내다가 고른 옷을 돌아봤다.



줄무늬를 이렇게 좋아했었나?  


다른 줄무늬 두께, 색깔, 소재 등등 모두 다른 티셔츠인데 어쩐지 디테일이 나에게만 보이는 것 같다.




매일 새로운 티셔츠로 갈아입는데, 어쩐지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사람으로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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