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아침은 밀크티로 시작했는데
한국에서는 ‘밥 먹었니?’가 안부인사라면,
런던에서는 ‘Tea?’가 인사말이다.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면 가방을 내려놓고 직장 동료들과 가볍게 인사하면서 말했다.
Tea?
팀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밀크티를 만들었다. 희한하게도 매 번 맛이 없다.
펄펄 끓는 주전자의 물을 부어도 우러나지 않는 티백 때문에, 한 번에 두 개를 넣고 우린 적이 있었다. 지나가던 라인 매니저가 깜짝 놀라서 괜찮냐고 안부를 물은 적도 있었다.
탕비실에 비치된 공짜 티백. 투명한 병에 담긴 티백은 브랜드도 모르고, 언제 리필되었는지도 모른다.
맛이 없다고 낄낄대면서, 각자의 취향대로 만든 차 한잔을 들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하루에 두 세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마다 탕비실에서 티를 만들었는데, 한 번도 집에서처럼 맛있게 만들 수가 없었다.
소소하게 대화 나누던 즐거움만큼 맛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 나의 아침은 고소하고 따듯한 라떼와 함께 시작된다.
느긋한 주말 아침에만 예뻐해 줄 수 있었던 캡슐 커피 머신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날부터 우리 집의 바리스타가 됐다.
알록달록한 캡슐들이 담긴 통에서 오늘의 기분에 따라 어떤 맛 커피를 내릴지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갓 내린 커피의 고소함과 따듯함이 회사에서 만들던 밀크티보다 이천 이십 배는 맛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끔, 맛없는 티가 그립다.
공짜 티백을 까면서 낄낄대고 소소한 일로 키득거리던, 사람들이랑 차를 마시던 그 시간이 그리운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