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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erumie May 24. 2020

회사에서 사람 냄새가 날 때

재택근무가 월요일을 바꿨다

곧 월요일이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 놓친 곳을 보고 나면 슬슬 현타가 왔다.  

월요일 아침의 회사 풍경은 약간 인위적이다 싶을 정도로 활기차고 완벽한 모습이었다.

다들 회사생활용 미소와 마음가짐의 스위치를 ON! 상태로 켠 것 같은 날. 스위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계속 ON으로 유지된다.


월요일, 출근시간보다 조금 이른 아침의 오피스에는 거의 긴장감 같은 것이 흐른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지치지 않고 5일을 달리고 나서, 금요일 저녁 즈음에 비로소 사람들은 스위치를 끈다.

회사 앞 pub에서 한두 시간 인간미 있는 모습으로 수다를 떨다가, 월요일이 되면 또다시 스위치가 올라간 상태로 만나길 반복했다.


 





회사 생활이 우리 집 거실로 옮겨온지 12주 차에 들어선다.


일요일 저녁이 되어도 예전만큼 현타가 오지 않는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월요일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부자연스러운 회사생활 스위치를 켰다.





그런데, 재택근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사 동료들의 사람 냄새가 훨씬 진해졌다.


사람 냄새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회사생활 모드로 모두 무장하고 스크린 앞에 선 그때,




고양이가 회의 시작 버튼을 눌러버리거나,
배고픈 막내아들이 울면서 아빠를 찾거나,
취미로 기르는 화분에 꽃이 폈거나,



웃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난다.


어떤 옷을 입어야 프로페셔널할까? 어떤 미팅에서 멘탈을 무장해야 할까? 이런저런 걱정으로 일요일 저녁엔 월요일 출근 준비를 했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완벽한 모습보다, 냄새나는 모습을 보는 최근엔, 월요일이 다가와도 마음이 놓인다.





냄새 풍기는 김에 더 좋은 사람 냄새를 풍기고 싶어 졌다. 일요일 저녁은 어느새, 이번 주는 어떤 사람 냄새를 풍겨볼까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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