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mierumie Apr 09. 2021

잿밥에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경을 외는 것보다, 절에서 공양할 때 바치는 음식에 관심이 더 있다는 뜻이다.


NFT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 평소에 디지털 아트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마켓플레이스에 작품을 올렸다가 놀라운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디지털 아트계에 활발한 움직임이 보이니까 시장의 성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권에서 판데믹 때문에 1년 넘게 답답하고 지루한 락다운 소식만 듣다가, 디지털 세계에서라도 뭔가 활동적인 일이 일어나니까 덩달아서 신이 났나 보다. 게다가,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이 돈이 된다는 말에 솔깃하는 걸 감출 수가 없다. 순수한 창작 활동이 염불이라면, 높은 낙찰 가격은 잿밥이랄까?





취미로 그리던 그림을 가끔 인스타그램에 올려본 적이 있다. 해쉬태그를 타고 들어온 모르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예쁘다고 칭찬해주면 뿌듯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드는 허무함은 감출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데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좋아요' 한번 누르는 가치로 바뀌어버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창작 활동을 통해서 잿밥을 먹어보겠다는 게 뭐 꼭 나쁜 건가?

인스타그램 툰이나 웹툰을 꾸준하게 그려서 책을 발간하고, 광고 활동도 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멋진 분들을 봤다.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배고픔이 있었을까? 취미로 한 두장씩, 드문드문 올리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에도 허무함이 느껴지는데, 얼마나 많은 허무함을 감당해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


작품마다 자신의 예술 철학과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들과 나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한 장 올려도 예술가들의 배고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고픈 예술가를 위한 잿밥

그림을 그리면서 즐거워하는 순간, 누군가 그림을 보면서 좋아해 주는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이 좀 더 가치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순 없을까? 아마 그 이유 때문에 많은 예술 작가들이 NFT에 주목한 것 같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과 기술이 만나서 작가들의 배고픈 노력과 시간을 인정해주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들이 열심히 작업해서 올린 작품들이 허락 없이 무단으로 복제되거나,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디지털 작업물의 경우엔 원본이나 원작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오리지널리티를 인증한다는 것은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아킬레스건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NFT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고유함을 인증해주고, 원작자를 확인해 주는 인증서의 역할을 해주어서 예술가들의 아픈 구석을 치료해주려는 것 같다. 





예술가도 아니면서 왜 잿밥을 탐내냐구

취미로 한 두장씩 그림을 그리는 주제에 예술가의 밥그릇에 손을 대려는 게 아니다. 내게 NFT 시장의 잿밥은 디지털 아트와의 만남, 그리고 아티스트들과의 어울림이다. 수많은 예술가들과 창작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에서 함께 어울리고 싶다. 


미숙하지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평가도 받아보고 싶다. 시작부터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예술 작품들을 가까이할수록 더 넓고 깊게 창작자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작품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나도 예술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겠지?


 


잠깐, 근데 가상화폐가 진짜 화폐가 될 수 있는 걸까?

마켓플레이스마다 작품 가격을 보면 세 개 줄만 쭉- 가 있고, 괄호 안에 $로 가격이 쓰여있다. 그러니까, 세 가닥 줄이 그어져 있는 아이콘이 가상화폐 단위 이더 (ETH)를 말하는 거고, 괄호 안의 가격은 실제 화폐 가치로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


NFT 거래는 모두 주로 이더로 지불되는데, 만약에 진짜 화폐의 가치로 바꿔서 가격표에 나온 금액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에 NFT 관련 주제로 열린 클럽하우스 방에 들어가 봤더니, 하루 만에 천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아티스트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었다. 한참 듣다 보니, 단순히 이더만 가지고 자신의 수익을 말하는 게 아니라, 달러로 출금을 했다고 하는 것 같았다.  



아하, 환전하고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까?

가상화폐의 가치는 진짜 화폐보다 값이 자주 바뀌는 편이라서 환전하고 완전히 똑같은지는 모르겠지만, 해외여행 갈 때 해당 나라의 화폐로 돈을 환전해가는 것처럼 가상화폐를 다루는 마켓 플레이스에 가려면 거래소를 통해서 필요한 가상 화폐를 구매하면 된다. 반대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에, 남은 외화를 다시 환전하는 것처럼, 가상화폐도 진짜 화폐로 거래소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





염불도, 잿밥도, 모두 실패해도 좋아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실패하더라도 하나씩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내 힘으로 만든 디지털 형식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겠지?라는 심정으로 계속해보기로 했다. 직접 만들고 그리는 작품에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인정할 수 있게 창작하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지한 디지털 아트 작품들 옆에 서투른 디지털 작업물이 진열되면 쪽팔리고 부끄럽겠지만 직접 해 보지 않으면 NFT 세계의 참 맛을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실패할 때 하더라도, 가상화폐에 대해 하나쯤 나중에 누군가와 얘기해 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겠지. 잿밥 한 톨 못 먹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더린이는 계속 NFT 세계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자!


이전 05화 이더린이, 가상화폐거래소에 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