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이더 (Ether), 도대체 어디서 사고파는 걸까? 화폐와 거래의 개념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리다 보니 갑자기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벼룩시장 놀이를 하던 때가 기억났다.
유치원에 있는 모든 반이 참여하는 벼룩시장 놀이는 꽤 큰 행사였다. 유치원 선생님이 하나씩 소중하게 오리고 그려서 만든 종이돈을 받았다. 간식과 장난감이 진열된 소꿉놀이 세트 앞에서 선생님이 상품의 가격을 알려주셨었다. 원래 목적은, 어린이들에게 화폐 사용법을 알려주고, 어떻게 물건과 화폐의 가치를 바꾸는지 알려주는 것이었겠지?
솔직히 그때, 화폐의 가치를 제대로 깨달은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종이를 주면 과자를 받을 수 있는 게임 같아서 신나게 먹고, 또 먹었다. 종이돈이 오백 원쯤 남았을 때 벼룩시장 놀이는 끝이 났다. 남은 돈을 가지고 집에 가는 길, 너무 먹어서 걷는 게 힘들었다. TV에서 봤던 소화제 광고를 보니까 부채표 한 병을 마시면 속이 편해진다던데, 어린 마음에 나도 한 병 사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벼룩시장에서 배운 대로 가게에 들어가서 대뜸 소화제를 달라고 했다. 종이돈을 내밀었던 나에게 웃으면서 이 돈은 못 쓰는 돈이라고 알려주시던 슈퍼 아주머니. 이불 킥 각이지만, 그때의 기억이 지금의 내 처지 같다. 가스요금이랑 판매 수수료, 그냥 종이돈 (진짜 화폐)으로 내고 싶은 심정... 하지만 NFT 시장에서는 이더가 필요하다. 이더, 도대체 어디서 구매하는 거지?
가상화폐 구매하는 곳, 거래소
최근에 오픈씨가 수수료 정책을 변경했지만, 아직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는 수수료를 내야 NFT 작품 거래를 할 수 있다. 수수료는 모두 가상화폐로 지불하는데, 화폐 종류는 대부분 이더를 사용하는 것 같다. 이더를 구매하려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야 한다는데, 어디로 가면 좋을까?
가상화폐 거래소라고 검색했을 뿐인데 수많은 거래소 목록이 나타났다. 거래소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는데, 선택의 폭이 정말 다양하다.
거래소를 정하는 기준
한국에서는 농협과 케이뱅크 계좌가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나는 영국 거주 주소를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거래소를 선택할 때 영국 파운드 거래가 가능한 곳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맨 처음에는 수수료가 가장 낮다는 말만 듣고 Binance 거래소에 계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메타마스크에서 만든 지갑을 연결하는 방법이 복잡해서 계정을 삭제해버렸다. 한 번 계정을 만들었다가 삭제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서 여기저기 검색해가며 삭제했다.
한 차례 귀찮은 과정을 거쳤지만, 거래소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한 차례 계정을 삭제해본 후에, 어떤 거래소가 필요한지 비교해보기로 했다.
어떤 국가 통화를 거래할 수 있는지
출금 수수료가 얼마인지
가상 화폐 간의 이체가 가능한지
비교해보고 다시 선택한 거래소는 cex.io라는 곳이다. 계정을 만들고, 개인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 모두 어렵지 않았다. 본인 인증을 할 때, 여권 등의 방법으로 실제 주소와 자기 신상을 밝혀야 하는데 이때 개인 정보 노출에 대해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처음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에도 동일한 개인 정보를 제출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거래소에 본인 인증을 하는 게 오히려 보안 강화를 위한 길인 것 같기도 하다. 혹시라도 나중에 피싱의 위험이 있을 때, 본인 인증을 통해서 안전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거니까 믿어 보기로 했다.
이 기분 그대로 이어서, 드디어 이더 구매에 성공할 수 있을까?
타이밍, 구매는 타이밍이다
이더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NFT가 미디어에 크게 발표되기 몇 개월 전부터 이더는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상화폐의 세계를 모르던 이더린이가 뛰어드는 시기는 이미 이더의 가치가 무지막지하게 상승한 때였다.
세상에! 가상화폐 1 이더의 당일 가격은 무려 1,400 파운드였다. 코인, 가상화폐, 이런 단어를 사용하다 보니까 가짜 돈을 사고파는 것 같아서 그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상상도 못 했다. 가격에 벌써 한 번 놀랐는데, 매 초마다 바뀌는 이더 가격 차트를 보고 두 번 놀라고 말았다. 가스요금 (gas fee)하고 마켓 플레이스 이용료를 커버할 생각으로, 정말 조금만 사려고 했었던 계획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가격이 초 단위로 바뀌는 이 화폐를 언제 구매해야 더 싼 걸까.
대학교 입학할 때쯤, 엄마가 주식으로 경제 공부하라고 주식 계좌를 만들어주신 적이 있었는데 널뛰는 차트만 봐도 동공 지진이 왔었다. 이더 가격 차트를 지켜보던 나는 대학생 시절 주식 차트 앞에 섰던 그때와 똑같이 동공 대지진을 겪고 있었다. 언제 사야 할까, NFT 세계에 발을 들일 때 얼마나 쓸지 이미 예산을 정해뒀는데, 정해진 금액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더를 얻으려면 타이밍을 보고 있을 수밖에.
거래소에 계정을 만든 지 3일이 지나서야 이더린이는 겨우 이더 구매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이더 가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차트를 보고 있다가, 나름 떨어지는 타이밍이 보인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구매 버튼을 눌렀다. (구매한 후로도 차트가 조금 더 떨어져서 안타까웠다, 한 시간만 더 기다렸다가 살걸ㅠ) 그래도 0.0X, 소수점 둘째 자리를 겨우 기록하는 이더가 생겼다.
이더를 지갑에 넣는 방법
애써 구매한 이더, 어려운 거래는 다 끝났구나 싶어서 혼자 기뻐했다. 어, 그런데 지갑에 이더는 어떻게 넣는 거지? 유치원에서 벼룩시장 놀이하던 시절이 너무 그립다... 화폐를 사고, 지갑에 넣는 일 하나하나 이렇게 검색해가면서 찾아야 하는 세계라니ㅜ 이더린이로 거듭나는 길은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이더를 메타마스크 지갑에 넣으려면 출금 (withdraw)을 해야 한다. 거래소마다 출금 방법과 UI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순서는 비슷한 것 같다. Cex.io의 경우엔, 지갑에 넣고 싶은 만큼의 금액을 정하고 메타마스크 지갑의 주소를 거래소에 입력하도록 되어있었다. 긴장을 조금 했지만, 출금 버튼을 누르니까 금세 메타마스크 지갑으로 이더가 들어왔다.
이제 메타마스크 지갑에 짤랑짤랑 이더가 들어왔으니까, 사용해볼 일만 남았다.
마켓플레이스에 작품을 올리는 일만 남은 건가? 혹시나 구매자가 나타나면 멋지게 지갑에서 이더를 꺼내서 거래 수수료를 내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미래를 잠깐 머리에 그려봤다.
이더린이, 과연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