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의 쭉쭉이

스트레칭과 물구나무서기

by 최집사



예전에 잠깐 필라테스와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물론 다이어트가 목적이었다. 집 앞 시립 스포츠센터 강좌였는데 그곳엔 다양한 수준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있었다. 늘씬 길쭉한 몸매를 가진 다리 찢기와 물구나무서기가 가능한 모범생들은 맨 앞줄 센터, 나같이 짤뚱한 호빗족들은 사이드에 포진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어설픈 동작을 살금살금 따라 했다. 어쩌다 그녀의 열정 미끼에 걸려들면 원치 않은 꾹꾹이도 받아야 했다. 퇴근 후 밥도 먹지 않고 진행한 무리한 수업덕은 몸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게 했다. 그 효과로 집으로 돌아오면 세상 근심 다 내려놓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아침에 눈뜨면 쭉쭉이를 한다. 드러누운 채로 어깨도 돌리고 허리도 비틀고 다리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뻗을 수 있는 만큼, 닿을 수 있는 만큼 움직인다. 손발 끝도 톡톡톡 두드린다. 그 시절 배운 동작을 내 몸에 맞게 응용한 것들이다. 물론 이런 집사를 냥이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발가락과 엉덩이와 겨드랑이를 차례로 감별하고 오늘의 운세 같은 걸 주저리주저리 읊어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이 덜 깬 나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몸을 깨운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몇 번 꼬구라진 적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느릿느릿 달팽이처럼 꿈틀대다 일어난다.



잠들기 전에는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그 역시 처음 몇 번은 처참하게 나뒹굴었다. ”쿵… 쿵…“ 멀리 코끼리 오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면 육신이 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초반엔 반려인에게 발을 잡아달라 해서 벽을 대고 섰다. 다행히 시간이 지난 지금은 자력의 코어힘을 이용해 두 족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중력을 거슬러 몸을 뒤집어 놓고 2분에서 5분 정도 ‘무’의 상태로 보낸다. 나름 명상의 시간이다. 눈을 감고 발 끝부터 머리까지 피가 거꾸로 흐르는 기분을 감상하며 평소 몰랐던 나사 같은 근육들의 존재를 확인한다. 멍하니 잡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나갔다 하는 걸 바라본다. 그렇게 타이머 알람이 울릴 때까지 오롯이 순간에 머무르는 연습을 한다.



짧은 시간 가볍게 하는 이러한 동작을 운동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분명 일상에 필요한 순간들이다. 이토록 소소한 몸짓에 정성을 들여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그 안에는 나만의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때론 목적보다 의미가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거창한 이유에 앞서 그저 순간순간을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은 돈 들이지 않는 작은 시도와 만족들을 만들어 준다. 스스로를 완성하는 과정으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매 순간 아이이고 학생인 편이 어울린다. 그러니 쿨한 어른이 되겠다는 야망보다 자신에게 맞는 쭉쭉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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