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한 그릇

점심식사

by 최집사



결혼을 하고 독립을 하면서 일상은 격변을 맞았다. 출퇴근은 불분명하고 주말과 휴가는 모호하며 급여와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동시에 돈 되지 않고 티 나지 않는 일들을 도맡게 되었다. 집은 일터와 쉼터의 경계가 없는 요상한 공간이 되었다. 그 와중에 인스턴트와 가공음식을 줄이고 자연식을 하게 된 건 노동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했다. 눈 뜨면 밥 차리고 먹고 나면 치우고 돌아서면 준비하는, 소도시판 ‘삼시 세끼’를 일상처럼 찍게 되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한낮 미물인 초파리부터 육중한 덩치의 인도코끼리까지, 먹이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긴 여정을 떠나는 걸 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나의 인생도 스스로의 끼니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잘 먹고 건강하게 바라고 희망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오가 되면 점심을 먹는다. 혼자 있으니 대충 먹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한 끼 정도는 제대로 챙겨 먹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한다. 그 사이 알맞게 균형을 찾기 위해 잔머리를 굴린다. 고민 끝에 ‘한 그릇 세팅’이라는 룰을 도출해 낸다. 주로 제철 채소를 이용해 비빔밤, 덮밥, 국수, 파스타 등을 만들어 먹는다. 서너 가지 채소와 최소한의 기본양념만 가지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두부 콩국수, 통 오이 김밥, 토마토 고추장 덮밥, 대파 버섯 전, 취나물 메밀 파스타 등등이 탄생하게 된다. 결핍은 완성을 위한 요소이며, 한정된 재료와 시간은 기꺼이 새로운 요리를 창조시킨다.



가볍게 먹으려고 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팬이나 냄비로 짧은 시간 요리해 그대로 식탁에 오려놓고 먹는다. 발우공양하듯 깔끔히 해치우려 하고, 잔반을 남길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엄마들이 왜 가족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지는 직접 밥을 해 먹게 되면 알게 된다. 밥 한 톨, 깍두기 한 알 남긴다는 건 누군가의 정성과 시간을 버리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진한 양념과 소스 옷을 입지 않은, 속이 훤이 보이는 해파리 같은 요리로 계절과 절기를 가늠한다. 매일 같은 시간 식탁에 앉아 그릇 안 내가 만든 우주를 감상한다. 그 안에는 흙과 숲과 호수가 있고 신화 속 동물들이 산다. 그렇게 나름의 요리를 꾸준히 해 먹으며 진정한 나의 집과 별의 존재를 확인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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