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를 위한 식사

저녁식사

by 최집사



아침 일과 중 하나는 고양이들 화장실을 챙기는 일이다. 매일 오전 7시가 되면 지난 밤동안 그들이 질러놓은 사태를 면밀히 수습하고 그날의 장 상태와 컨디션을 체크한다. 우리는 음식을 섭취하는 게 아니라는 그 안에 든 영양소를 섭취한다. 이 말인즉 입속으로 들어간 것은 소화와 흡수과정을 거쳐 반드시 다른 형태로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소리다. 편의상 그것을 여기선 야옹이라 하겠다. 이 현상은 들숨 날숨을 비롯한 우리 신체의 가장 확실한 인과관계이며, 지구상에 태어난 동물이라면 필수적으로 주어지는 능력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 방면으로 특출 난 능력자들이 있다. 언제든 자유롭게 야옹이를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며, 함께 있는 시간 돌연히 사라지거나, 경로를 이탈해 공공건물로 향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한, 나는 그런 모습을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며 자책하기도 했다. 소심하고 예민한 나의 야옹이가 때에 따라 원하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아 부단히 애를 먹은 기억도 있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였다. 50분 간격 주기로 1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룰에 내 몸을 끼워 맞추고 나서였다. 그곳에서 내 안의 종소리는 무시당했다. 언제든 신호가 올 때마다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때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뼛속까지 영역 동물이었던 나는 야옹이를 사회화하는데 꽤 고초를 겪었다. 결국 나이를 먹으며 야옹은 애웅이 되었다. 며칠을 건너뛰기도 하고, 어쩔 땐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신혼 때 처음 이사 오고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 결국은 탈이 났다. 뜬금없는 복통에 데굴데굴 구르다 병원에 가니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강압적 조치로 야옹이를 해결해야 했고 수치심과 후련함과 동시에 느끼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껏 돌아보면 내 몸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했지, 나오는 것은 무지하게 살았다. 사회에서 부단히 성과주의를 학습했지만 현실 속 나의 성과는 미비하기 그지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분야인지라 신경 쓰기 꺼려졌고 스스로 상태를 가늠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아프게 되면서 이런 오류를 인지하게 되었다. 평소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결과를 내는지 살피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원활한 야옹이을 위해 아침엔 유산균 캡슐, 저녁엔 요거트를 챙겨 먹는다. 보통 6시 이후로는 잘 먹지 않고, 낮에 간식을 비롯해 이른 저녁을 가볍게 먹는다. 요거트는 우유가 아닌 무당 두유를 이용해 직접 만든다. 기존에 남은 것과 무당 두유 한 팩을 섞어 데운 물에 중탕하면 무한 반복으로 생산할 수 있다. 꿀이나 시럽을 넣지 않는 대신 바나나를 비롯한 제철 과일들을 올린다. 다소 밋밋한 맛은 시나몬 파우더도 풍미를 더하고, 아몬드나 땅콩을 뿌려 영양의 균형도 맞춘다.



이와 같은 식습관을 1년 이상 유지하고서야 비로소 1일1야옹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화장실에 들어가 무사히 하루를 살아냈음을 확인받고 작은 성취감을 느끼며, 동시에 그 시간 동안 누구의 방해 없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잘 구운 패스츄리처럼 건실한 야옹이가 일상의 버터층이 되어 준다. 동시에 다음 단계로 잘 건너갈 수 있는 디딤돌도 되어준다. 이제는 친한 지인이나 반려인에게 종종 밥 먹었냐는 말 대신 야옹이의 안부를 묻는다. 그만큼 그들도 무탈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산균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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