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콩버섯 숲

달팽이의 새해맞이

by 최집사



새해가 되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기쁨보다 격변의 지난해를 보냈다는 마음의 안도가 크다. 여전히 시끌벅적한 세상이지만 평소대로 일어나 하던대로 수프를 만들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채소값은 고공행진 중이고, 세상은 사람들에게 라면만 먹고살라는 거 같다. 요즘 1인 가구들은 하루 평균 1.8끼를 먹고 산다고 한다. 어느 곳에선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열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중도를 버리고 양극으로 치닫는 인류의 군상을 자연은 어찌 볼까… 2025년은 덜 먹고 덜 싸고 덜 오염시키며 살아야겠다.



매 해 연초마다 물가가 오른다. 그만큼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원은 고갈되고 있다. 1월이 되면 장을 보는 게 꺼려진다. 꼭 필요하거나 꼭 써야 하는 일에만 돈을 들인다. 이제 만 원짜리 한 장만으론 장바구니를 채울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선 새해가 더디게 왔으면 좋겠다. 다행히 장날에 한번 채소들을 사 오면 넉넉히 두고 먹을 수 있다. 곰이 동면을 준비하듯, 할머니가 김장을 담그듯, 24년이 가기 전 사다둔 채소를 넉넉히 소분해 두었다. 연말 세일할 때 사둔 식재료를 다람쥐처럼 쟁여놓고 야금야금 꺼내 먹으며 싱싱한 채소들이 풍족한 계절을 꿈꾼다. 추운 겨울이 무탈하게 지나가길 기다린다.



을사년 첫 수프는 냉동실 채소들로 만든 양파콩버섯 숲이다. 지난주 찌개하고 남은 양파와 버섯에 떡고물로 쓰던 콩가루를 넣어 만들었다. 해결하지 못한 과거를 묵혀두고 새해를 맞이하는 건 어딘가 찝찝한 마음이 든다. 풀지 못한 숙제처럼 언젠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과하게 조미하지 않고 소금간만 조금 해 먹었다. 양파의 달큼함도 좋고 콩가루의 고소함도 좋고 버섯의 쫄깃한 식감도 마음에 들었다. 해 지난 채소들을 한 그릇으로 느끼며 조금 느리게 새해를 맞이했다. 작년처럼 올해도 묵묵히 일상을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재료 : 양파. 콩가루. 버섯. 무당두유.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1. 채 썬 양파를 오일에 볶는다.

2. 콩가루를 섞은 뒤 무당두유를 넣고 끓인다.

3. 믹서에 곱게 간 뒤 버섯을 넣고 끓인다.

4. 완성된 숲을 그릇에 담는다.

5. 노른자를 올리고 오일과 후추를 뿌린다.


* 요리영상은 아래 링크에…

https://www.instagram.com/reel/DEYE6QlzvDV/?igsh=ZDV0M2dtbWhpO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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