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th ring

250122 초미세 겨울 입자

by 최집사

* 1746일째 드로잉 : 마성의 발냄새



언젠가부터 나무를 보면 꽃과 열매 보다 옹이나 나이테에 눈이 간다. 그 안의 파문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무씨의 일대기와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넓고 연한 선은 여름에 만들어진 것이고 굵고 진한 선은 겨울의 것이다. 지금 이 계절의 나무는 느리지만 농후한 성장을 한다. 겉으론 부동의 자세를 고수하면서 안으로는 여전히 자라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북 연재를 멈추고 책을 만들고 있다. 해보지 않은 일이니 어색하고 뚱땅거리며 삽질만 하는 단계이다. 어젠 최종 감리까지 마쳤음에도 수정할 거리가 한 무더기 나왔다. 계획했던 기간도 오버되고 다시 손을 대려니 귀찮기도 해서 그냥 인쇄해 버릴까 하다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예쁜 나이테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대로 나의 겨울을 스킵해 버릴까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밥을 차려먹고 설거지를 하고 냥이들을 따라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들 온기에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렇게 또다시 초조병과 대충병이 도지려 했다는 걸 깨닫고 꿈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 그 탓에 자꾸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럴수록 돌아보면 남는 게 없다.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어떻게든 쏜살같이 달아나는 순간들을 붙들고 사는 쪽이 현명하다. 누구나 흉내 내고 타인과 비교되는 가시적인 성장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시간들을 한 땀 한 땀 일구어 가야 한다. 스스로 어울리는 나이테를 만들기 위해선 자신만의 계절을 살아내야 한다.



p.s 매일 쓰던 글을 한동안 올리지 않아 궁금해하실까 소식 전합니다. 생사확인 및 잠수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다들 달콤한 동면들 보내시고 계시는지요?! 요 며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거 보니 이제 봄이 오려나 봅니다. 저는 이번 책 작업을 마치면 다음 달쯤 새로이 연재를 시작할까 합니다. 과연 마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못 마치면 또 그 핑계로 푸념? 의 글 올리겠습니다. “못해. 못해.” “안 해. 안 해” 하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츤데레 스타일이라도 고수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어느덧 봄을 기다리는 마음과 겨울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비슷해지는 나이가 되었네요. 그만큼 올해에는 더 많은 계절과 마음들을 헤아릴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남을 동면 멋진 꿈들 꾸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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