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1 입춘의 한파
* 1758일째 드로잉 : 깊은 산속 고양이 마을
- 뉴스에서 다른 곳엔 눈이 내렸다고 했다. 내가 사는 곳은 비가 내렸다. 연휴 사이 자체 중력을 갱신한 몸을 이끌고 베란다로 나갔다. 구름 낀 하늘과 젖은 땅, 비에 녹아버린 흙냄새를 맡으며 쭉쭉이를 했다. 룽지도 따라 나와 몸을 풀었다. 꾸리는 춥다며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눈과 비… 비교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다면 좀 더 마음이 편했을까.
- 끝내 어는점 커트라인에 도달하지 못한 수증기들이 이곳에서 모이기로 했나 보다. 왜 하필 내가 사는 곳일까 심술이 나다가도 너무 모나게 불평하진 말아야지 생각했다. 추위에 재발한 귀차니즘도, 연휴 동안 어그러진 루틴도 너무 자책하지 말아야지 다시 마음을 다독였다.
- 거실에 두었던 패브릭 소파를 정리했다. 밤마다 네 식구가 그 안에서 복닥거리기에 좁기도 하고 그대로 두고 보기엔 두 냥님들의 스크래쳐가 될 거 같아 그리 마음을 먹었다. 기존의 것은 베란다에 옮겨두고, 당근신의 은총으로 시가 43만 원짜리 데이베드를 세뱃돈처럼 넙죽 받아왔다. 그 덕에 연휴 동안 집 구조도 바꾸고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반려인과 붙어 앉아 옥신각신 소파를 조립하느라 애를 먹었다. 본가에는 지난주에 일찌감치 다녀왔다. 매년 설이 되면 묵은 물건을 정리하고 대청소를 하는 것이 나만의 새해맞이가 되었다.
- 9일의 연휴 동안 베짱이가 되지 않으려 할 것들을 수북이 쌓아 두었지만 의지와 다르게 나약한 육신은 게으름을 피웠다. 괜스레 휴무병이 도져 운동을 거르기도 하고, 먹지 않던 과자도 좀 주워 먹고, 잘 밤에 야식을 거행하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물론 늦잠 쿠폰도 야무지게 사용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평일이나 주말이나 휴가나 연휴나, 빠지지 않고 숨 쉬듯 쌓여가는 집안일들을 보며 심통이 나고 약해빠진 영혼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한편으론 그런 거 상관없이 시종일관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고수하는 냥이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한낮 미물이자 나약한 인간인 주제에 산이나 바위를 흉내내는 건 욕심이자 오만일지 모른다.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처럼 파도처럼 쓸려가는 모래들처럼 세상 하찮게 휘둘리더라도 그것 또한 일상의 묘미라고 생각해야겠다.
- 오늘의 할 일 : 연체 독촉으로 인한 도서관 소환. 콧대 높은 물가와 맞짱 뜨러 마트 방문 _ 당근. 바나나. 식초. 초록채소 아무거나. 그 외 자잘한 일들 _ 침대매트 세탁. 요거트 만들기. 고구마 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