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04 꽁냥꽁냥을 부르는 마이너스 기온
* 1759일째 드로잉 : 한파명당
- 지난밤 잠들기 전 한파 경보 메시지를 두 번이나 받았다. 아침에 양치를 하며 날씨를 보니 무슨 주식 어플 잔고도 아니고, 하루종일 기온 앞에 마이너스(-)가 붙어있다. 나날이 앙상해지는 나무들은 다시 새잎을 맞이하기 위해 살사댄스까지 추며 막바지 낙엽 떨구기에 한창이다. 새벽 대사를 치른 냥이들도 격정적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꼬순내를 퐁퐁 풍겼다. 환기를 시키려 창문을 열자 칼날 같은 바람이 따귀를 때렸다. 어제의 시간을 복붙 하듯 삽을 들고 적날한 텃밭 품평해를 마친 뒤 주방으로 돌아왔다. 역대급 맛동산을 생산하고 핼쑥해진 룽지를 꼬옥 안고 녹차를 마셨다.
- 꾸리는 어김없이 싱크대 오픈런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방방마다 물그릇을 갈아주는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며 직접 시음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슨 상전 모시듯 갓 채운 물그릇을 녀석의 울대 앞에 들이대고 기다렸다. 2인 이상의 공동체 계급설을 맹신하고 있는 나의 사고에 확장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1인1묘 이하의 관계에서도 선명한 권력의 불평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포식자와 피포식자의 구도일까… 가끔 저 아이에게서 하마를 노리는 호랑이의 눈빛을 본다.
- 두 냥이 중 한 마리의 꾸준한 저작운동으로 걸레가 된 폰 충전줄을 바꾸자마자 보란 듯이 동일한 범행이 일어났다. 다른 전선을 쳐다도 보지 않는데 유독 핸드폰 충전줄에만 집착하는 건 무슨 심리인지... 나를 따라 무언가를 학습한 것이거나, 그게 아니면 나와 충전줄의 깊은? 관계를 질투하는 게 틀림없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아끼는 패브릭 소파를 스크래쳐 삼는 행위도 설명할 수 있다. 순조로운 해결을 위해 녀석들에게 핸드폰을 개통해 주거나 아예 스크래쳐로 소파를 만드는 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 냥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왜 화가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생존에 집중하지만 나는 할 일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오직 먹고 자고 싸고 사냥하는 것에 매진하는 저들은 일부러 그 기능만 실행하도록 효율적이게 세팅된 거 같다. 그런 까닭에 나보다 잘 먹고 잘 싸고, 달리기도 훨씬 빠르다. 저들에 비해 나는 너무 생각이 많고 쓸데없는 일까지 예측하려 한다. 진화를 떠나 제 명대로 살기 위해선 지나친 비교나 계산 능력은 퇴화되는 쪽이 나을지도 모른다.
- 오늘의 할 일 : 꼼작 말고 집구석에(독감 예방 차원). 이문세 라디오 챙겨 듣기. 레시피북 작업하기. 점심 : 방토 콜리 미소 카레.
* 뽀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