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5 손발이 꽁꽁
* 1760일째 드로잉 : 냥피스텔
- 누적된 한파에 뇌까지 얼 거 같다. 싱크대 앞에서 시동을 켜두고 한동안 서있었지만 더딘 버퍼링에 눈사람이 되어 버렸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오늘 무얼 하려고 했더라 메모리를 더듬었다. 얼음땡 놀이하듯 룽지가 다가와 앞발로 도가니 버튼을 눌러주었다.
- 너무 추우면 어이가 없다. 입춘도 지났는데 이렇게 추울 일이냐며 따지고 싶다. 그렇게 추위를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명분을 찾는 것이다. 꼭두새벽부터 까칠한 꾸리는 잠긴 목을 풀었다. 곧 있을 뮤지컬 연습 중이란다. 몇 날 몇 시 공연이지 알려주지 않는 걸 보니 내가 좀 부끄러운 모양이다.
- 밥하고 계란 삶고 고구마 굽고… 추운 주방을 데울 겸 불을 때웠다. 전기밥솥으론 밥을 하고 가스레인지엔 계란을 삶고 오븐으로는 고구마를 구웠다. 다각도로 전해지는 삼중 열기에 얼었던 몸이 금방 훈훈해졌다. 두 번째 우려 마시는 녹차엔 금세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역시 겨울엔 일할 맛 난다고 속절없이 껄껄거렸다.
- 아침 뉴스에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절반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계엄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이곳도 썩 평화로운 상황은 아닌 거 같다. … 실제로 살면서 이념이 다르다고 멱살 잡을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동상이몽 아닐까. 사람들은 이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쪽이 효율적이고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다. 각자 소신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싸움 붙이려고 하는 건 가진 사람들의 힘자랑이다. 평화를 수호하는 척 무기와 군인들을 팔아먹는 나라처럼... 진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인류가 이토록 부지런히도 가족을 천적으로 만들고 있다.
- 오늘의 할 일 : 잊지 말고 청소기 돌리기. 꾸벅꾸벅 방구석 바느질. 점심-고구마콩나물밥
* 뽀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