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들의 겨울 잔혹 동화

20250207 자세히 보면 눈

by 최집사

* 1762일째 드로잉 : 냥사람



- 전국적으로 대설주의보라는 알람 받았다. 출근한 반려인에게서도 눈이 온다는 메시지가 왔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서둘러 베란다로 나갔다. 겨울 왕국 안나처럼 뚫어져라 창밖을 바라봤다. 허공을 부유하는 희멀건 먼지 같은 게 보였다. 제발 눈이라고 믿고 싶었다.


- 어느새 꾸리도 베란다로 나왔다. 기껏 구경해라고 창가에 올려주니 흔들리는 나뭇가지에게 시비를 붙였다. 나를 지켜주겠다는 뜻이란다. 험상궂은 바람 소리에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뒤엉켜 날아왔다. 설렘보다 추위에 민감한 나는 냉큼 들어와 주전자를 올렸다.


- 냥이들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날씨를 예견할 수 있다. 늦잠을 잔다면 비, 일찍 사냥을 나가면 맑음, 물그릇이 비워져 있다면 폭염을 뜻한다. 한파가 오기 전엔 부쩍 식욕이 늘며 반대로 장마철엔 입이 짧아진다. 이번 한파도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얼마 전부터 걸신들린 좀비처럼 왕성하게 먹어대더니 콤마상태를 방불케 하는 낮잠을 청했다. 그러고선 이불속에서 빵빵한 패딩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런걸 떨 찐다고 표현한다. 몰라보게 팽창한 녀석의 엉덩이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 대답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놀리는 걸 아는 눈치였다. 사과… 해야 할까?


- 화장실 정리를 해놓고 나오니 이번에도 룽지가 슬리퍼를 끌고 가버렸다. 멀리 가지 못한 한쪽을 겨우 찾아 신고 나머지 한쪽을 찾기 위해 집 안을 뒤졌다. 절뚝절뚝 온 거실을 누비며 신데렐라가 되었다가 후크선장이 되었다 했다. 요즘은 하루에 3-4회 정도 이 같은 수색 작업을 하는데 할애한다. 식탁에서 작업중일 땐 곧장 찾지 못하고 한쪽에 양 발을 구겨 넣고 있다. 물론 그럴 땐 인어공주가 되는 망상을 한다. 한 겨울 바다 속이라… 상상만 해도 뼈마디가 시리고 이가 몽땅 빠질 거 같다.


- 오늘의 할 일 : 철인 3종 가사 노동.(빨래+청소+설거지). 인정사정 못 봐주는 냥이들 양치 타임. 점심- 무생채 비빔밥. 간식- 단호박 카스테라와 두유


* 뽀너스

스나이퍼를 꿈꾸는 냥토커 정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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