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봄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20250213 아침엔 겨울 낮에는 봄

by 최집사

* 1768일째 드로잉 : 냥셰프와 함께 만드는 토마토 두부 케이크.



- 오른손으론 양치를 하며 왼손으론 날씨를 찾아봤다. 오늘은 한낮에 7도까지 올라간단다. 나무들도 슬슬 봄을 준비하는 눈치다. 어제의 눈은 거짓말 같다. 아님, 꿈이었을까…


- 장도 봐야 하고 날씨도 좋다고 하니 산책은 필수 코스다. 점심을 먹고 봄을 만나러 가야겠다. 거리의 햇살, 나무의 봉오리, 봄나물 틈… 있는 듯 없는 듯 숨어있는 녀석을 찾아서 반갑게 웃어 주어야겠다.


- 반려인을 보내놓고 주방으로 돌아와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라디오 볼륨을 올리고 오트밀을 데우고 과일도 썰었다. 방울토마토 한 알을 입에 넣으니 룽지가 안아달라고 두 팔을 뻗었다. 5킬로 털뭉치를 들쳐메고 스쿼트하듯 음악에 맞춰 덩실거렸다. 그걸 지켜보던 꾸리도 다가와 스텝을 밟았다. 박자를 가지고 노는 모습에 놀란 나머지 말을 걸었다.

‘… 혼자 왔어요?‘




- 예전에 반려인 퇴근길에 뭐 좀 사다 달라고 시켜놓고 12000원을 주기로 했는데 그게 뭔지 기억이 안 난다. 한참이 지나 돈을 붙여주고 가계부를 쓰는데 뭐라고 적어야 할지 난감하다. 그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하다 ‘뭔지 모르겠는데 필요한 거 샀음‘이라고 적어 두었다. 요즘 쓰는 말 대부분이 ’그, 저, 이, 그것, 거기, 그 사람‘이다. 지시대명사로 대화가 가능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짠한 현실인데, 한편으론 언어 이상의 능력이 발현된 게 아닐까 싶다.


- 오늘의 할 일 : 채소가게 채소 탐방기. 떡순이 방앗간 쇼핑. 여의주 계란 7알 삶기. 점심 - 경상도식 고(추장) 토(마토)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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