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상상 한 스푼

250610 쨍쨍살랑

by 최집사



해가 짧아지니 냥이들의 기상 시간도 빨라졌다. 알람 소리를 듣고 달려온 꾸리가 신곡이라며 대뜸 기상송을 불러주었다. 녀석의 꿈은 싱어송라이터란다. 덕분에 아침잠이 없어진 집사는 알람을 5분 더 연장하지도 않아도 되고, 여러 개 맞출 필요도 없어졌다. 거실로 나와 정성껏 집사를 깨워놓고 잠이 든 녀석을 노려보았다. 살포시 포개진 분홍 발바닥을 만지작 거리며 응징했지만 미동도 없는 걸 보니… 무명 아티스트의 밤샘 작업이 퍽 고단했던 모양이다.


반려인의 바지 호주머니에 구멍이 났다. 무슨 영문에 양쪽 다 그리 되었는지 미스터리한 일이다. 구멍 난 바지를 뒤집어 꼬메며 이런저런 추리를 해보았다. 뾰족한 펜을 넣고 다녔거나, 어디에 걸려 올이 풀려버렸거나 , 검지를 뻗은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선 세 번째 추론이 가장 유력하다. 퇴근하고 돌아온 그의 손가락을 추궁했지만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떼었다. 백 퍼센트 심증으로 몰아세운 탓에 억울한 듯 보였다. 그렇담 누군가 다른 세계로 드나드는 포털이려나…? 상상이 끝없이 꼬리를 물어 우리 집에 요정들이 무단 거주중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처럼 더러 모르는 척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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