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자유라는 여름

250609 꿀꿀후덥

by 최집사



슬슬 장마의 조짐이 보인다. 아침을 차려 먹고 청소기를 돌리니 오금에 땀이 맺혔다. 서둘어 열어둔 창문을 닫고 초를 켰다. 며칠 사이 절친이 된 선풍기 앞에 서서 하리보 같은 육신 여기저기를 두드렸다. 울창한 편백 숲 같던 3일의 연휴가 가우가 되어 톱밥 같은 월요일이 되었다. 스마트 폰 속 달력은 이제 여름휴가까지 얄짤없다고 경고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휴가가 머지않았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다 당장 바다에 뛰어들어도 이상할 게 없는 덥고 습한 날씨 덕이다.


지난 주말엔 사천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은 초보 거북이의 2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행이었다. 방광 이슈로 중간 지점인 진주역에 들러 가져간 감자떡과 바나나를 까먹었다. 점심으로 비빔밥과 콩나물 국밥, 대왕 계란말이를 사 먹고, 후식으로 빙수집에 갈까 하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휴양림으로 향했다. (물론 빙수집엔 그 뒤에 들렀다.) 반려인과 나란히 터질 거 같은 배를 안고 뒤뚱뒤뚱 숲 속 여기저기를 누볐다. 그네도 타고 선배드에 누워 하늘도 보고 다음번엔 자고 가자고 약속도 했다. 돌아오는 길 고성에 들러 옥수수를 샀다. 이맘때 줄줄이 문을 여는 현지 재배되는 국도 노상 옥수수를 놓칠 수 없었다. 넉넉히 사서 오는 내내 뻐꾸기 새끼처럼 탈탈 입에 털어 넣었다. 먹다 보니 어릴 때 생각도 나고 부모님도 떠올라 본가에 들러 한 봉 씩 배달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묵혀둔 겨울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마트에 들러 수박과 참외도 사 왔다.



싫어하는 계절이지만 요리조리 좋아하는 필터를 씌우고 바라보며 지낸다. 소나기 같은 환상, 낭만, 착각 같은 게 조금씩 필요한 계절이다. 초록이 제철인 여름, 예쁜 초를 켜두는 여름, 콩국수와 오이, 열무김치의 은혜를 받는 여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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