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습기 먹는 천연 제습냥

250611 흐렸다가 맑았다가

by 최집사



어제 꾸리의 기상송이 있었다면 오늘은 룽지가 나섰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녀석은 침대 위로 올라와 엄지부터 새끼발가락까지, 온 가족을 말살시킬 기세로 물어뜯었다. 서아시아 하천수역에 서식하는 한 마리 닥터피시처럼 정성껏 나의 각질을 탐닉했다. 극심한 말초신경 손상?을 느낀 나는 혹 불어야 하는 비밀이 있나 기억을 더듬었다. 따끔거리는 통증을 참지 못해 발 끝을 침대 틈에 밀어 넣고 이불을 덮었다. 그러자 녀석은 식사 도중 그릇을 빼앗긴 표정으로 입맛을 쩝쩝 다셨다.


화장실로 대피해 양치를 하며 날씨를 훑었다. 맑으면 이불빨래를 해야지 싶었다. 앞으로 이틀정도는 흐리고 그 뒤론 내내 비소식이 있었다. 서둘러 솜이불을 걷어 베란다에서 먼지를 털고 세탁기에 넣었다. 새 이불을 꺼낼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주방으로 돌아와 초를 켜고 정성껏 기청제를 올렸다.


장마가 오려는지 하루하루 공기가 습해진다. 수시로 땀이 맺히고 팔다리가 찐득해지는 나와 달리 냥이들은 사시사철 한결같은 뽀송함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보다 체온이 높고 털도 많으니 아무래도 습기에 더 강한 거 같다. 이상하게 녀석들 주변에 있으면 덜 꿉꿉한 기분이 든다. 골골송이라도 불러주면 물먹는 하마 저리 가라다. 아무래도 녀석들에겐 탁월한 제습기능이 있는 거 같다. 최신형 ai기능 탑재된 제습기를 두 대나 돌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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