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더라도 빨래를 하겠어요.

250613 페스츄리 구름

by 최집사



필리핀발 태풍 우딥이 북상 중이다. 습기 가득한 날씨를 핑계로 빨래를 미루고 싶지만 미룬다고 냥이들이 대신해 줄 눈치도 아니고.. 일주일치 팬티는 이미 바닥이 나버렸으니, 단단히 마음먹고 후딱 해치우자 싶다. 매일매일 커튼 치듯 입맛대로 날씨를 바꾸고 싶지만 능력 밖의 일이라 머릿속 상상만 한가득이다. 그저 마음으로 비는 수밖에… 제사장 룽지를 대동하고 베란다로 나가 하늘 위 겹겹이 쌓인 구름을 걷고 해를 그려 넣었다. 다행히 실내 건조용 세탁세제가 있어 위안이 된다. 때맞춰 울리는 슈베르트 송어송에 맞춰 제습을 도울 초도 4개나 켰다. 세탁기의 호출에 한가득 빨래를 싣고 나오며 어떤 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시켜서 하는 일은 힘들 수밖에...” 스스로 하는 일은 제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노동이 아니게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보면 돈 안 되는 일은 자발적으로 할 수밖에 없으니 즐거운 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 같다. 운이 좋게도 3년 전 병원에 누워 상상하던 일상을 살 수 있게 되었다. …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식욕이 왕성해졌다. 보통 더우면 입맛이 없다던데 내 경우엔 배출한 땀에 비례해 제철 음식이 그렇게 당긴다. 반려인의 본가에서 가져온 열무김치, 지난주 산지에서 구해온 옥수수, 올해 첫 수박, 참외, 콩국수… 무덥고 꿉꿉한 날씨로 소실된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메꿔야 한다는 명분도 생겼다. 사실 그 핑계로 여름과 친해져 보려는 속셈도 있다. 이번 주말에 또 옥수수를 사러 가기로 했는데 비소식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담 비장의 주문을 쓸 수밖에 없다. ….수리수리 팥빙수 얍!!




* 작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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