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고도 쑥쑥 자랄 수 있다면…

250616 습습 하하

by 최집사



우려하던 장마가 시작되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인중에 땀이 맺히고 씻고 나와도 금방 꿉꿉해진다. 습도 70프로, 공기 중 수증기 포화도가 역세권 인구 밀도 저리 가라다. 본격적인 집안일에 앞서 엉덩이에 프로펠러를 달고 오리발을 착용해야 할 거 같다. 주말 동안 쌓인 먼지며 냥이 털들이 구석구석 한 가득이다. 밀대를 가져와 이리 밀고 저리 밀고 다니니 꾸리와 룽지가 태클을 걸며 사냥 태세를 갖춘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생각 같아선 한 두 달 정도 이곳을 떠나 있고 싶다. 선풍기를 끌어안고 옷 속으로 바람을 밀어 넣으며 세계지도를 훑었다. 호주는 곧 겨울이네. 캥거루, 코알라, 웜벳, 쿼카, 카피바라… 사심 가득 남의 집 자식들을 떠올린다.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매하려니 두 냥이들을 캐리어에 어찌 넣을까 고민이다. 결국 비행기표 대신 호주 브이로그 구독을 눌렀다.


마음을 고쳐먹고 하나 둘 습기에 강한 종족들을 떠올렸다. 우산을 닮은 버섯, 느릿느릿 달팽이, 개구리, 물고기, 도롱뇽… 이들의 습성을 종합해 장마에 최적화된 생활양식을 도출해 내기로 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느릿느릿 걷다가, 폴짝폴짝 뛰다가, 개굴개굴 노래 부르다, 살랑살랑 헤엄치듯 춤추면 살라고 한다. 그러다 죽겠다 싶은 일은 싹둑 끊어 내는 걸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비 오는 날 머리에 꽃을 꽂고 춤추는 건 일종의 진화가 아닐까 싶다. 결국 이 계절을 피할 길이 없고 그냥 살아야 한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진정 즐길 수 아는 당신은 챔피언 된다는 소리다. 그러니 일단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평년보다 빨라진 장마, 42번째 우기를 맞이해 수혜 피해 예방과 더불어 멘털 관리의 중요함을 느낀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말은 타인에게 짐이 될 수 있다. 귀를 열고 입은 무겁게, 괜한 걱정과 참견 금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기. 내가 먼저 긍정적이고 좋은 마음으로 대하기... 또 뭐 있지? 아무튼 누구나 견디는 시간은 쓸쓸하다. 그럼에도 그 안엔 분명 귀여움도 숨어 있다.



* 작은 무엇

https://www.instagram.com/reel/DK2tHKIzpAh/?igsh=ZGVxMGRhOG5oNm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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