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17 들쭉날쭉 변화무쌍
거대한 우기 몰고 온 여름, 잠시 개인 하늘은 카레를 만들어라는 계시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카레. 지난 주말 반려인이 본가에서 받아온 파김치를 보자마자 떠오른 메뉴였다. 햇양파를 잔뜩 넣고 엄마가 준 오리고기도 함께 볶아 넣었다. 그렇게 카레 삼합을 만들어 먹으며 새삼 여름의 기운을 실감했다. 아직 여행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먹으면 물려버릴 거 같아 작은 냄비에 하루 먹을 만큼만 끓였다. 사 먹는 카레가 맛있는 이유는 먹을 만큼만 나오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겸허하게 따르기로 했다.
룽지의 최애 간식 밀싹 화분이 최후를 맞이했다. 부지런히 뜯어 먹이고 나니 성장도 더디고 잎 끝도 점점 말라 버리더니 오늘 아침엔 하루살이와 초파리들이 공격을 받았다. 어제는 청소를 하다 오랜 벗인 거미와 조우했다. 겨울에 철새들이 날아오듯 팅커벨 같은 녀석들이 여름이라고 하나 둘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 우주 같은 벌레들을 죽일 수가 없다. 익충인 거미는 셰어 하우스 동거인이다 생각하고, 이름 모르는 녀석들은 창 밖으로 날려 보내고, 수다스러운 날벌레들은 계피향을 피우면 그만이다. 어쩌면 그들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보낸 타임머신 드론일지도 모른다.
오후엔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 이제와 하는 생각이지만 팬데믹 때 발견된 앎이 코로나로부터 나를 구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병이란 종종 그렇게 말도 안 되게 찾아온다. 그럼에도 모든 질병과 장애는 진화의 일부라 여기고 싶다. 끝까지 지지 않고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를 더 깊고 충만한 세계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간 거쳐간 질병들이 내 유전자에 어떤 메시지를 남겼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먼 미래에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읽고 너무 흥미로워서 판권을 사기 위해 오늘의 초소형 드론을 보낸 것이 아닐까라는 황당무계한 상상도 한다.
* 작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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