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24 다시 비구름
스파이가 잠입했다. 멀리 커튼 아래 낯익은 솜방망이가 보인다. 테러에 성공한 침입자는 완벽한 은폐를 시도했지만 냄새만은 막을 길이 없었다. 마침 집사가 아침 먹을 시간을 포착해 대사를 거행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깊고 진한 향기가 공기 중 무거운 수증기와 만나 그대로 눌러앉았다. 코가 마비될 거 같지만, 후각을 잃을 거 같지만, 시원했으면 되었다 후련했다면 다행이다 최면을 건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조용히 혼자 만세를 부르는 중이라면… 한동안 모르는 척해주고 싶다.
다시 하늘이 울 준비를 한다. 중2병에 걸린 초여름의 장마는 흐렸다가 게였다가 기복이 심하다. 흑화 된 날씨에 덩달아 분위기 잡고 고독을 씹을 순 없다. 씩씩하게 폭풍 양치를 하고 분노의 설거지도 하고 좋아하는 초도 얌전히 켜 두었다. 거실 창 밖으로 7층 높이까지 우뚝 솟은 도토리나무와 시멘트를 개어 얇게 펴 바른 듯한 구름들이 보였다. 매일 보는 아파트 사이의 나무와 하늘의 표정도 순간 순간 꿈처럼 변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귀한 풍경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토록 지긋지긋한 비도 눈만큼 귀해질지 모를 일이다.
날씨로 시작하는 일기를 좋아한다. 매일 아침 지구의 기분을 가늠하는 기분이랄까... ai도 흉내 낼 수 없는 장르라고 본다. 지금, 이곳,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가는 일만큼 무해하고 평화로운 일은 없다. 어디에나 있는 막장 없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 작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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