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623 휴게소 같은 맑음
긴 장마를 지나고 있지만 모처럼 맑은 날씨다. 단체 관광하듯 구름들이 떼로 몰려와 비를 퍼붓던 하늘은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고요하고 파란 하늘에 덩달아 숨통이 트였다. 까칠하던 인성도 한 결 순화되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제습 바람에 하회탈 눈을 하곤 연신 행복하다고 감탄했다. 귀한 날씨니 귀한 행복이었다.
주말 내내 비가 오는 관계로 산책을 접고 미뤄둔 ott를 시청했다. 평일엔 시간이 나지 않으니 주말을 벼르다가 한방에 즐기는 편도 나쁘지 않았다. 강남 부촌의 청설모 가족처럼 온 가족이 거실 소파 배드에 누워 과일도 까먹고 호두과자도 먹고 팝콘도 세 통이나 튀겨 먹었다. 그러는 사이 영화 네 편과 시리즈 한 편을 정주행 했다. 이것저것 몰아 보니 장면들도 뒤죽박죽이고 내용도 잘 떠오르지 않지만 모처럼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멀리 여행 온 듯 이렇게라도 육체이탈 경험을 하며 다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일상 속 욕망 학습에 이것도 사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가야 할 곳은 왜 이리도 많은지… 일터에 있으면 일만 보이고 일을 안 하면 걱정이 떠오르니, 사냥을 다녀와 불멍 때리듯 머릿속을 비워줄 평화가 필요했다. 가질수록 누릴수록 허기지는 세상이다. 한 달에 하루정도는 적당히 맛있는 거 주워 먹으며 오순도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행복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 작은 무엇 (250614 - 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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