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인정하고 지구에게 사과하면 여름이 편해질까.

290630 습한 더위

by 최집사



왼쪽 손등에 흉터가 있다. 신혼 초 유리에 베인 상처이다. 서둘러 외출하려고 유리로 된 텀블러를 챙기다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부서진 유리 조각을 향해 달려오는 반려인이 밟을까 눈 앞에 조각 하나를 냉큼 집었다. 그렇게 손에 쥔 채로 우왕좌왕 치울 도구를 찾다가 스스로 손등을 그어 버렸다. 당시엔 큰 상처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상하게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 실수를 한다는 건 어릴 때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성인이 된 후 생성된 흑역사는 더 아프고 더 오래가고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버릇 버리지 못하고 연중행사처럼 그릇들을 깨 먹고 있다. 달라진 점은 유사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일단 속으로 얼음을 외친다는 것이다. 주변을 향해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한 뒤, 잠시 멈추고 생각한다. 상황을 나의 탬포로 가져와 어떻게든 해결할 방도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동시에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한다. 책임이라는 건 무엇일까… 누군가는 출석 요구에 병원으로 달려가고 누군가는 영악하게 딜을 하는 모습을 본다.


나이를 먹을수록 잘못을 뉘우치는 진심과 태도가 무뎌지지 않길 바란다. 서른 넘은 우둔함이 만든 흉터를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





여담이지만 체력이 따라줄 땐 뭘 떨어뜨리거나 부딪히는 소리만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히어로처럼 달려갔다. 얼마 전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옷방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옅은 시름소리도 났던 거 같다. 이상하게 엉덩이가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아??” 목청 높여 생사여부만 확인할 뿐. 괜찮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방에서 나오는 그에게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마음이 변한 게 아니니 섭섭해하지 말라고 설명을 했다. 혹 소심을 복수?를 한다고 해도 받아줄 용의도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마음은 나 편하자고 하는 생각이니까. 그럼에도 먼저 이야기하고 사과를 하는 쪽이 훨씬 더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불변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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