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도 거부하는 여름, 비닐 없는 하루살이

250703 여어어어헉름

by 최집사



기후 위기를 반영한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일부 학회에선 인류의 멸종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니 글을 쓸 때마다 날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먼 미래에 나의 기록이 안나의 일기처럼 기후 전쟁을 참상을 담은 역사물?로 평가되지 않을까 상상을 한다. 필연적인 여름이다. 인류가 자초한 전쟁이나 다름없는 재앙이다. 지난밤엔 아파트 전력 소모량이 급증해 정전이 될 수 있다는 방송을 들었다. 작년에도 몇 번 정전을 겪고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분리수거를 다녀와 점심으로 콩국수를 말아먹었다. 먹는 김에 옥수수도 반 개 뜯어먹고 시원한 매실차에 얼음도 동동 띄워 먹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냉동실에 얼려둔 손수건을 꺼내 목에 둘렀다. 선풍기 앞에 서서 목도리도마뱀처럼 눈만 꿈벅거리고 있으니 묘하게도 금방 선선해졌다. 이로써 지구가 인류에게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휴가를 당겨왔다 상상하고 여유를 부려 보아야겠다. 아직 매미의 컴백 시즌은 아니지만 8월 초나 다름없는 날씨이다. 그들도 재난 문자를 받고 선뜻 나올 엄두를 못 내는 게 분명하다. 아파트 화단의 나무들만 신이 나서 성큼성큼 자라고 있다. 초록으로 무성해진 공원에서 아나콘다와 조우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예감이 든다.


오늘을 세계 비닐봉지 없는 날이다. 이 와중에 다행인 건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 자유의지로 비닐을 쓰지 않을 결심을 할 수 있다. 종종 영화 매드맥스나 듄에서 본 장면 같은 미래를 상상한다. 미래의 시간을 끌어다 쓴 죄가 가볍지 않다는 걸 느낀다. 비닐 한 장으로 뭘 할 수 있겠냐만은… 비닐 한 장이라도 희망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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