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04 쩌렁쩌렁 고레고레 폭염 시위
부엉이족이 된 꾸리의 모닝 텐션이 절정에 다 달았다. 오늘도 새벽의 제왕답게 쩌렁쩌렁한 샤우팅으로 나를 깨워주었다. 새벽 4시, 하루 중 가장 달콤한 시간,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천국 같은 순간을 녀석은 순순히 허락해주지 않았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변을 빙빙 돌며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고, 새벽엔 어느 새가 다녀갔고, 룽지와는 몇 시에 교대를 했는지 소상히 보고 했다. 그렇게 안달하는 다리 사이로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좌우로 옆구리도 늘리고 발가락도 꼼지락거리고 두피도 정성껏 두드렸다. 아무리 일어났다고 통보해도 제멋대로 털북숭이 알람은 꺼지지 않았다. 결국 제 풀에 꺾여 관둘 때까지 2절 3절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잔소리를 마친 녀석은 속이 허해졌는지 밥을 먹으러 갔다. 씻고 나와 녀석의 먹방을 감상하는 사이 마법처럼 짜증이 누그러졌다.
뉴스에서 장마가 끝났다고 했다. 비를 못 본 지 일주일은 된 거 같은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폭염이 올 거라란다. 광란의 워터밤을 기다리던 창 밖 나무들의 원망 섞인 몸짓이 보였다. 그래도 농사짓으려면 비가 와야 할 텐데… 댐에 물을 많이 차 있을까, 이러다 가을에 늦장마가 오는 게 아닐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몇 가지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홍수 날까 봐 그렇게 빗물받이 청소를 했는데, 보란듯이 인간들의 뒤통수를 갈기는 지구는 아직 우리와 화해할 마음이 없는 거 같다.
원래 반에서 제일 조용하던 친구가 화 내면 더 무서운 법. 2000년 넘게 자식 키우듯 아낌없는 베풀었던 내리사랑에 아기새인 인류의 간이 배 밖으로 나오긴 했다. 비와 당신, 우산. 라디오에선 연이어 비를 부르는 기우제 송이 흘러나왔다. 반성할 시간이, 사과할 기회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