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07 칙칙폭폭
계획은 도서관에 가는 거였다. 늦잠을 자지 않았다면, 거실 바닥 먼지들을 그냥 지나쳤다면, 냥이들과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쾌적하고 조용한 열람실에서 우아하게 이 글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어영부영하다가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라디오에선 비공식으로 집계된 체감 온도가 40도 랬다. 해가 중천에 떠버린 지금, 암막커튼 사이로 창 밖의 나무들을 노려봤다. 탈출을 시도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아스팔트 위에서 증발해 버리거나, 오늘 밤 뉴스에 나올지도. 문 앞에서 주저하는 나를 보고 꾸리와 룽지도 제발 자중해라고 항소를 올렸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선풍기 곁을 지켜야 한다.
지난 주말엔 제주 친구 D를 만났다. 만난 김에 친구 언니에게 의뢰받아 만든 업사이클링 가방과 소품들을 만들어 선물했다. 요즘은 더위에 지쳐서 작업할 엄두가 안 나지만 그래도 알아봐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황송한 일이다. 정성을 들여 만든 물건을 나누는 과정은 나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일이니 이건 쌍방 감사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안고 골목 구석구석을 걷다가 찻집에 들어갔다. 시원한 차를 마시고 그동안의 근황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마음들을 토크 통통배의 실어 돗을 내렸다. 이 계절의 바람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이기지도 지지도 않는, 그저 응원하는 마음들이 뙤약볕에 넓어지는 이파리와 혹한에 견디는 뿌리를 만들어 줄 거라고 믿는다. 상냥한 마음을 장착한 친구를 보며, 멘털을 난도질하는 폭염에도 스스로에게 다정히 대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했다.
* 작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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