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08 습식 사우나
지난주에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불었는데 이번 주에는 바람은 고사하고 찜통 속 소룡포 모드다. 일기예보에선 우리나라에 불어오던 동풍이 서풍으로 바뀌어서 그렇단다. 광활한 태평양 바람 대신 중국발 꿉꿉한 미세 먼지가 불어오고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그런가… 어제오늘 대기질도 좋지 않고 하늘의 낯빛도 우중충하다.
온도에 예민하고 날씨에 민감하고 성격까지 까칠한 집사지만 꾸리는 늘 그렇듯 용감하게 ‘나 잡아라 봐라 ‘를 청했다. 큰방에서 출발해 거실을 질러 작은 방으로 도망친 뒤, 다시 주방을 거쳐 베란다로 달리는 질주극이 이어졌다. 온몸의 땀샘이 오열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비극을 헤아릴 마음이 없는 룽지는 안아달라고 두 손을 내밀었다. 으짜, 녀석을 무릎에 앉히고 본격적으로 골골송까지 들으니 체온이 슬슬 오르며 유탄포를 안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 이건 나를 시해하기 위한 저들의 큰그림일지도 모른다.
아침을 차려 먹고 기력을 회복한 뒤 2교시 집안일을 시작했다. 계란을 삶고, 요구르트를 만들고, 낫또를 숙성시키고, 백숙까지 끓이는 대대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불 쓰는 일은 되도록 선선할 때 몰아서 하기 위함이었다. 라디오에선 윤 씨가 드디어 체포된다는 소식과 트럼프가 우리나라에게 25프로 관세 제안했다는 소식, 지난달 식료품 물가가 역대급으로 올랐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끝으로 설거지를 하며 윤상이 들려주는 악뮤의 노래에 맞춰 댄스타임도 가졌다. 본격적인 자외선 공격이 퍼붓는 베란다에 건조대를 펼치고 행주와 나무 수저를 말리면서 아침 일정이 끝이 났다. 이쯤이면 좀 뿌듯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