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09 폭삭폭염
새벽 1시 반에 깼다. 화장실 갔다 와 도로 누우니 룽지가 배 위로 올라왔다. “골골골골…” 잠은 달아났지만 심야에 듣는 골골송은 낭만에 젖기에 충분했다. 베란다 소파에서 달빛을 구경하던 꾸리가 안 잘 거면 사냥이나 가자고 애옹애옹 울었다. 층간 소음을 핑계로 완강히 거부했고 마상을 입은 녀석은 흥하고 코 푸는 소리를 내며 안방으로 갔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부터 거실에 나와서 잔다. 시원하기도 하고 방에 있으면 갑갑증이 나 기어 나오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건너뛰고 각방을 쓰는 꼴이 되었지만 문은 활짝 열어두고 있으니 엄연히 분단 상태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밖에 누워있어도 방귀 뀌고 코 골고 뒤척이는 사운드를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다. 그냥 조금 큰 원룸에 산다고 생각하는 게 맞지 싶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그렇게 마음의 거리를 엿가락처럼 늘려 살아야 한다.
오늘 낮에는 엄마와 언니랑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전엔 장을 좀 봐두고 시간 맞춰 버스를 타고 나갈 계획이다. 폭염이 이리도 기승을 부리니 복날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당겨질 수밖에 없었다. 더 강력해지고 길어진 여름 사이에 초초복과 말말복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4.5일제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 한 달씩 여름휴가를 떠나는 파리 사람들… 땀 흘려 소 키워서 소고기만 사 먹을 줄 아는 민족에겐 그저 신기루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복날만큼이라도 몇 개 더 둬서 기차 화통 같은 멘털 좀 식히고 잠깐식 쉬어가는 여유를 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