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11 폭염 예약
어제 분명 청소를 했는데 여기저기 털들이 한가득이다. 지난밤 농부냥 둘이서 부지런히도 씨앗을 뿌려 놓았다. 이대로 모른 척한다면 아기 고양이들이 꽃처럼 피어날까... 날이 좋으니 족히 팔 모작도 가능하지 싶다. 빨래를 돌려놓고 마른 밀대를 가져와 온 거실을 휘젓고 다녔다. 캣타워 꼭대기에서 정색을 하며 노려보는 꾸리와 그 아래 숨숨집에서 잠이 든 룽지. 정전기를 일으키며 털들을 쓸어 모으는 사이 집사의 겨터파크도 개장하고 인중 모공도 활짝 수문을 열었다. 기다란 대걸레 주변으로 옹기종기 뭉쳐지는 털들을 바라보니 솜사탕 아저씨가 떠올랐다. 마법의 가루를 넣고 나무젓가락을 뱅글뱅글 돌리며 구름 같은 솜사탕을 만들던 기억… 열어둔 창문 사이로 집 앞 어린이집 아이들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한번 말아봐…?
쓰임이 줄고 시간이 여유로우니 욕망도 잔잔해졌다. 옷, 신발, 화장품 같은 건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달에 10만 원 남짓 쓰는 용돈은 되도록 타인과 교류하는 일에 쓴다. 지인들과 밥 한 끼 나누거나 친구들에게 기프트콘을 보내며 주는 기쁨과 느슨한 연대를 구입한다. 한창 뜬다는 브랜드가 뭔지 모르고, 비싸고 유명한 물건과는 선뜻 친해지지 않는다. 하던 일이 쉽고 쓰던 도구가 편하고 손 때 묻은 살림이 만만하다. 집순이 꼰대지만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한다. 눈 뜨면 라디오를 켜고 DJ가 들려주는 사연에 피식거리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는다.
가난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혼자 있어도 눈과 귀를 항상 열어두고 싶다. 장기하의 노래처럼 부럽지가 않다는 건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이 아닐까. 만족의 빈도를 늘리기 위해 기대치를 높이고 싶지 않다. 돈이 주는 행복만을 편식하며 살고 싶지 않다. 건강하고 무탈한 일상을 온전히 누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